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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EU ①] 그렉시트 막았지만 EU '콩가루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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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리스 사태는 유럽연합(EU)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통합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정작 통합의 리더십은 부재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독일은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취하며 '상전' 노릇을 하고 있다. 회원국간 갈등을 조절해줘야 할 EU 집행위원회는 독일 눈치보기에만 바쁘다. 현 EU는 사실상 독일의, 독일에 의한, 독일을 위한 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경제는 2회에 걸쳐 그리스 사태 이후 EU에 남겨진 숙제를 점검해본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기 위해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가 도출됐지만 되레 EU와 그리스의 위험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리스 국민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거부했던 것보다 더 혹독한 긴축을 수용해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뿔난 그리스 국민들이 이제는 정말 그렉시트를 선택하기 위한 집단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한 강경파 의원은 현 상황을 '신 식민노예(neo-colonial servitude)'로 규정하고 현 상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측면에서 현재의 그리스 사태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이 독일에 혹독한 전쟁 배상금을 물리게 한 베르사유 체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연합군이 가혹한 배상금을 물린 이유는 사실상 독일의 국가 재건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드너 케인스는 독일에 가혹한 징벌적 배상금을 물린 연합군을 맹비난했다. 혹독한 배상금이 독일의 반발을 불러와 극단적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불행히도 케인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히틀러의 나치가 부상하고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또 한 차례의 파국을 맞은 후 연합군의 해법은 달라졌다. 1953년 독일의 가혹한 배상금을 탕감해주는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독일에 손을 내밀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53년 독일에 취해졌던 선(善)이 2015년의 그리스에도 선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시 케인스의 역할을 지금은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들이 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유로존이 그리스에 요구한 개혁안을 두고 "가혹함을 넘어선 완전한 보복과 완벽한 국가주권 파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EU 체제의 최대 수혜국이다. EU 체제를 통해 독일은 유럽 시장에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유럽 경제가 어려워져도 문제가 없다. 유로가 약세를 보이면 유럽 외 지역에 상품을 팔면 되기 때문이다. 2010년 유럽 부채위기가 터진 후 독일만 '나홀로 호황'을 누린 이유다. 물론 독일의 뛰어난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EU 체제로 독일이 수혜를 입고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에 독일이 양보를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메르켈이 비난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이지만 메르켈은 EU 정책과 관련해 극우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의 득세는 EU의 위기를 보여줬다. 당시 선거에서 프랑스 1위를 차지한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선거 후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켈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를 힘들게 하지만 독일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적극 옹호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스가 1차대전 후 독일처럼 물리적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리스는 그렉시트를 통해 유로존 나아가 EU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조그마한 균열이 EU 붕괴로 이어진다면 EU가 감당해야 할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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