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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다문화시대…'새 이웃' 맞을 준비 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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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인의 날'…다문화 이웃에 아직 마음 다 못여는 '닫힌민국'

▲일명 '몽골타운'으로 불리는 서울시 중구 광희동 뉴금호타워 앞 표지판(사진=유제훈 기자)

▲일명 '몽골타운'으로 불리는 서울시 중구 광희동 뉴금호타워 앞 표지판(사진=유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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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골목에 들어서자 생경한 양고기향과 기름냄새가 몰려왔다.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주로 먹는 볶음밥 '쁠롭(плов)'이 조리되고 있었던 탓이다. 150m 남짓한 도로변에는 흔히 볼 수 없는 키릴문자(Cyrillic alphabet)가 담긴 간판들이 즐비했다. 휴대전화 판매점에서도 대중가요 대신 우즈벡어(語)로 된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이주민이 150만명을 넘어서며 우리 사회는 본격 '다문화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인종의 다양성에 대한 의식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다시한번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오후 찾은 서울시 중구 광희동 일명 중앙아시아거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지하철 2ㆍ4ㆍ5호선)역 1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몽골인ㆍ우즈베키스탄인 이주민ㆍ이주노동자들이 즐겨찾는 서울의 '울란바타르(몽골의 수도)'다.

이곳에 가장 먼저 터를 잡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인들이었다. 지난 1990년 한ㆍ소 수교 이후 러시아 보따리 상들이 광희동 일대에 머물게 된 것이 중앙아시아거리의 시초였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러시아인들이 중국 등지로 옮기면서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인과 몽골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주민들이 둥지를 튼 지 25년이 지났지만, 정작 광희동 주민ㆍ상인들과 이주민들의 사이는 여전히 서먹한 듯 보였다. 중앙아시아거리에서 20년째 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권식(54)씨는 "이 자리에서 장사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잘 알고지내는 외국인 손님이나 이웃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 뜨내기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연결고리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주민들도 비슷했다. 한국생활 7년차에 6살 난 자녀를 두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인 자파(Zafarㆍ33)씨 역시 "이곳에서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지역상인ㆍ주민들과는 별 관계가 없다"며 "각종 지원정책도 다문화 가정 등에만 집중돼 있지, 이주노동자나 이주민에게는 별다른 게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모습은 통계적으로도 나타난다. 지난 2010년 한국인 1200명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 한국인의 34%는 타 인종과 이웃이 된다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44%는 이주노동자와 이웃이 된다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이같은 부정적 추세가 최근 들어 악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의 연례조사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사회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답한 비율은 21.5%에 달했다. 다문화 가정이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답한 비율도 32.5%나 됐다. 이는 각각 15.7%, 25.8%로 나타난 이전 조사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특히 외국문화에 대한 수용기회가 많은 20~30대 청년층은 다문화ㆍ이주민에 대해 더 부정적이었다. 2013년 조사에서 20대 중 다문화가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답한 이들은 35.1%였고, 이주노동자가 한국사회 가치를 어지럽힌다고 대답한 이들은 31.3%로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이주민과 관련한 갈등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당선된 필리핀 출신 이주민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에 대한 온라인 상의 격렬한 비난과 인종차별성 공격이 대표적이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중국동포 등의 잔혹범죄에서도 이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보다 수용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 등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새로운 구성원이 한국 사회로 편입하는 것뿐 만 아니라, 한국 국민이 다양한 문화로 이루어진 사회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키우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정란 건양대 이주민사회통합연구소장도 "농촌의 경우 다문화ㆍ이주가정에 대한 사회 통합 정도가 높은 편이지만, 이주인구가 많은 도시의 경우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이주민의 사회통합을 위해 이들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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