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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해외자원개발의 두 가지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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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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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에 책임이 있는 핵심인사들을 청문회에 불러야 한다고 하자 여당은 여당대로 당초 해외자원 개발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되었으니 당시의 책임자들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지금 돌아가는 형편으로는 청문회 한 번 열지 못하고 국정조사특위의 활동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공방으로 날을 새는 국회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검찰은 해외자원개발에 잘못된 일이 있었거나 비리가 있었다면 엄정한 수사를 해서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의 지적대로 정부가 자원개발을 지원해줄 때 기업에 자동적으로 면죄부를 줌으로써 모럴 해저드가 발생했다면 향후 자원개발 지원 시스템을 점검하고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과 중화학공업 위주인 경제구조에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면서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상황이나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해외자원개발 노력 자체를 중단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크게 하락한 요즘이야말로 낮은 가격에 효율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기인데도 불구하고 최근의 해외자원개발이 국회와 검찰의 조사로 완전히 위축되어 아예 수면 아래로 잠적해 버릴 것이 우려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추진방식은 두 가지 점에서 오류가 있었다. 우선 기름이나 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을 때 추진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에너지 자원 광구의 가격도 천문학적으로 높았고 그만큼 비효율적이었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도 않고 10개를 시도해서 한 두 개만 성공을 거둬도 대박이라는 벤처 중의 벤처 비즈니스인 자원개발을 에너지 가격이 사상 최대로 올랐을 때 추진했으니 비어 있을 확률이 높은 광구를 천문학적으로 높은 가격에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하필 달러가 넘쳐나서 이를 해외로 다시 퍼내야 하는 중국과 곳곳에서 부딪혔으니 중국에 번번이 깨지거나 급한 마음에 별로 가능성이 없는 곳을 비싼 값에 사게 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오류는 해외자원개발을 정권 차원의 단기성과 위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해외자원개발이 한국경제의 장기적 미래가 달린 최우선 숙원사업이 되어야 하는데도 특정 정권의 실적 차원에서 추진되다 보니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에너지개발 참여 기업들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는 명시적 혹은 묵시적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장기사업을 단기에 추진하려면 무리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해외자원개발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며 장기적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추진의 시기는 국제 유가가 바닥권에 가까운 지금이 최적기라고 볼 수 있다.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주식투자와 같다. 주가가 폭락해 시장에 패닉이 발생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폭락한 우량주를 사야 하는 것처럼 에너지 가격이 폭락해 경쟁자가 줄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광구 매입에 나서야 한다. 더구나 중국의 경제성장이 다소 멈칫하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우리에게는 해외자원개발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추가건설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는 비가 많이 오고 광대한 사막이 없는 한국의 지리적 형편에 맞지 않는다. 결국 우리 경제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광구를 열심히 개발해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에너지 수급능력, 에너지 안보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천문학적 혈세를 빼돌린 비리가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하되 국가경제의 장기비전에 필수적인 에너지 확보 노력은 요즘과 같은 최적기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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