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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9시 등교'...본질없이 흩어지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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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면권, 과도한 학습량, 무한경쟁 교육체제 등 문제 본질 놓쳐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9시 등교' 정책이 9월1일 공식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일선 학교들에 정착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등교시간 결정 권한을 가진 학교장들은 교육청과 학부모들의 눈치를 이중으로 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9시'라는 시간을 둘러싼 논란으로 전개되면서 학생들의 수면권, 휴식권, 무한경쟁체제의 교육현실 등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시 등교 시행에 학생들은 큰 지지와 환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려를 나타내는 쪽은 우선 맞벌이 부부들의 혼란을 제기한다. 이들이 자녀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경우 자녀들의 등교를 직접 챙기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해진 수업시간이 있는데 늦게 등교하면 늦게 하교하게 되고, 이는 밤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방식으로 생활 패턴만 흐트러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부모의 출근시간에 맞춰 일찍 올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도서관 이용, 음악 감상, 운동 등 자율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찬반 공방 속에서 애초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를 추진한 배경이 됐던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과 아침식사 문제 등은 논란에서 비켜나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학습량 자체를 줄이는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등교시간 논의가 지엽적인 대책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가 서울지역 중고등학생 2919명을 대상으로 한 '휴식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48분으로 성인 평균(6시간53분)보다 1시간 이상 적게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적다. 휴식시간도 하루 2시간24분으로 성인 평균인 3시간18분보다 적었으나, 학습시간은 9시간33분으로 3~6시간에 그친 OECD 주요 국가보다 훨씬 많았다.
아수나로는 "수면권과 휴식권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조건이자 권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학생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 및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하며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휴식권을 위협하는 경쟁적 교육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9시 등교를 반대하는 학부모의 입장에는 '더 많이 공부시키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과도한 학습량과 입시경쟁체제 전반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단순히 등교시간만으로는 학생들의 수면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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