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의 나라'의 흔적들은 지금도 남아 있다. 예컨대 한국의 서울이 그 중심지였는데 소들이 울타리를 치고 살던 마을 '소울'이 지금의 '서울'로 바뀐 것이다. 혹은 많은 소울들 중 서쪽의 가장 큰 소울을 '서울'로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소처럼 열심히 일해야 했던 흑인들이 즐겨 부르던 음악엔 '소울 뮤직'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지금 인간의 통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다른 생명들, 아니 인간 동족 자신부터 해치고 상하게 하는 것이 극한에 이르렀다.
그래서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만 듯하다. 소들이 다시 지배권을 되찾기 위해 회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은밀한 얘기를 한 지인에게서 들었는데, 순후한 성품으로 주변의 신망을 받고 있는 그는 취중에 실은 자신이 '소씨'인 것은 진짜로 인간이 아닌 소의 후예이기 때문이며, 인간의 악행에 실망한 소의 자손들이 뜻을 모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소의 지혜를 전하려 했던 황희 정승도 자신의 조상이라고 얘기해줬는데, 집안의 어르신들이 세상을 지능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큰 잘못이었음을 후회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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