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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권은희 '재산 의혹'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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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옛 말이 틀리지 않아. 상대(商大) 놈들이 꼭 불만이 많아."

1970년대 초 서울대 기숙사 정영사(正英舍) 사감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형편이 어렵던 나라에서 국고로 운영하는 기숙사인지라 정영사 식사는 밥과 찬이 변변찮았다. 식사가 부실하다는 불만을 가장 많이 토로한 게 상대 학생들이었다.
그러면 사감은 '사농공상' 운운하며 상대 학생을 싸잡아 힐난했다. 사감은 이어 "사대(師大) 학생들은 불평하지 않잖아"라며 士農工商 '서열'은 師農工商으로 바꿔도 들어맞는다고 설명하곤 했다. 당시 정영사에서 지내면서 서울대 상대에 다닌 한 인사가 들려준 얘기다.

그때 한국 경제는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었고 장사꾼을 천시하는 시각은 이미 상당히 누그러졌을 터였다. 당시에도 상업을 낮춰 보는 인식이 대학 학과에 대한 일각의 평가에 깔려 있었다는 점이 다소 뜻밖이었다.

상과대학을 바라보는 그런 시각은 이제 없어졌다. 그렇지만 상업과 사업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도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광주 광산을 후보의 재산에 대한 한 언론매체의 비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매체에 따르면 권 후보의 남편 남모씨가 지분 40%를 보유한 법인이 경매로 취득한 5개 상가의 감정평가액이 모두 26억6000만원이었다. 이 매체는 다른 부동산을 더하면 권 후보의 배우자는 "실제 수십억원대의 부동산 지분을 갖고 있지만 권 후보는 선관위에 법인의 주식 액면가(1억4000만원)만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남씨의 부동산 재산은 수십억원대가 아니다. 시가가 30억원인 상가 지분을 40% 갖고 있을 경우 30억원의 40%인 12억원이 재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법인이 상가를 담보로 빌린 돈이 16억원이라면 법인의 순자산은 14억원이 된다. 이 법인의 지분을 40% 보유한 개인의 순재산은 5억6000만원이 된다.

순자산이 5억여원이라도 법인은 적자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남씨가 지분을 갖고 있는 법인은 설립 이후 계속 손실을 보다 지난해 말에야 처음 흑자를 냈다.

이는 비상장 법인의 가치를 산정하는 일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직선거법은 후보가 보유한 비상장 법인 지분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신고하도록 한다.

권 후보 재산을 둘러싼 파문이 사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와 편향을 타고 계속 번지고 있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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