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여담] 코스타리카 돌풍, 이변이 아닌 이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돌풍을 일으킨 팀을 들라면 '죽음의 조'에서 이탈리아, 잉글랜드를 누르고 조 1위를 차지한 코스타리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나라가 국민 5명 중 한 명꼴로 축구선수일 정도로 축구를 즐기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팀의 선전을 이변이나 돌풍이라고 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 나라야말로 실은 축구강국이며 유럽의 강호들을 이길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것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나는 이 나라 축구팀의 전력의 상당 부분은 축구장 '밖'에서 온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즉 이 나라의 균형 잡힌 발전이 축구팀의 실력의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그 균형발전의 한 면모가 영화 '쥬라기 공원'이 이 나라의 광활한 삼림에서 촬영된 것에서 나타나는데,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4분의 1을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할 정도로 산림자원을 아끼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면적은 지구 전체 땅의 0.1%에 불과하지만 세계 생물종의 5%가 여기에 살고 있다. 또 이 나라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95%를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얻는다.
이렇게 울창한 숲이라든가 앞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보여주는 것은 '지속가능성'의 추구랄 수 있는데, 그 바탕에는 또 이 나라의 정치적 안정이 자리하고 있다. 사회불안이 만성화된 중미 다른 나라들과 달리 코스타리카는 민주주의가 정착돼 있다. 그 단면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 지난달에 내놨다는 이색 포고령에서 엿볼 수 있는데, 그건 자신의 이름을 도로, 건물 등 모든 정부 시설에 새기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공공시설을 만든 것은 나라이지 정부나 특정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게 이 대통령의 말이었다.

코스타리카 대표팀의 코치는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팀의 승리의 비결을 "교육 덕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표팀 선수의 95%가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이라면서 "학문적인 기초가 갖춰진 사람이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책임 있게 임무를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교육을 목표로 한 '사회학습 제도'를 도입한 나라답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000달러 정도이니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라고 할 수 없는 코스타리카가 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이자 가장 살고 싶은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히는지 그 이유를 알 듯하다. 코스타리카가 다음 월드컵에서 또 8강에 오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축구 성적과는 상관없이 이 나라의 미래가 매우 궁금하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