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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환율 때문에 좌불안석"…수첩들고 몰려온 中企人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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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해서 와 봤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이 다 저 같은 심정 아니겠습니까."

원달러 환율이 연이틀 1010원선을 하회한 다음날인 4일 오전 11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릴리홀은 기업 CEO들과 실무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기중앙회와 외환은행이 함께 진행하는 '2014 하반기 외환시장 전망 및 환리스크 관리방안' 설명회를 듣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설명회 때만 해도 자리 여유가 있었으나, 환율 설명회를 들으려 모인 사람들이 점점 늘면서 참석자들이 좁은 홀을 꽉 채웠다.

최근 6년만에 원달러 환율 1010원선이 깨지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자리 수 환율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는 상태다. 매출의 95%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의료기기 업체 메타바이오의 오석송 회장은 "환율이 1008원대로 떨어지면서 매출이 7% 깎였다"며 "연초 환율을 1050원대로 보수적으로 잡았는데 이 정도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도 원달러 환율 1010원선 아래에서 장이 열리며, 중소기업 재무 담당자들은 환율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때맞춰 열린 설명회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이유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뾰족한 수가 없어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자료화면을 펼쳐놓고 올 3·4분기 예상 환율과 상황별 환율 전망 시나리오, 선물환 등 수출기업을 위한 환율 헤지법을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이 오는 4분기 환율 전망을 평균 1000원으로 예상하자, 열심히 메모하던 실무자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세자리 수 환율이 연내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의 업종은 제각각이었다. 금형·전자·기계 등 원화강세로 직격타를 맞은 곳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바이오나 식료품처럼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곳도 있었다.

농기계조합 관계자는 "농기계업체들은 미국·유럽·중국 등에 수출하는 비중이 내수보다 크다"며 "하루하루 떨어지는 환율을 지켜보기 겁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약업체인 서린바이오 관계자는 "수입비중이 높아 오히려 환율하락이 도움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마냥 일희일비할 수만은 없어 세미나에 참석해 장기적인 시각을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협력사들은 환율 급락으로 인해 대기업들마저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대기업 해외 공장에 항온·항습기를 공급하는 에이알의 정연구 과장은 "아직은 대기업 공급이 잘 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대기업들 사정까지 나빠질 수 있어 미리 준비하러 왔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IT기업의 경우 환율 마지노선이 1150원인데, 마지노선이 깨지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2기 경제팀을 출범시켜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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