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단청이 벗겨진 것은 전통 단청 재현에 실패한 단청장이 남몰래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섞어 사용한 결과임이 드러났다. 그 둘 사이의 장력 차이가 단청이 갈라져 일부가 박리되게 했다. 단청장은 이 같은 속임수로 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애초 문화재청이 시험시공 등 사전검증이 필요하다는 숭례문복구자문단의 의견을 무시한 탓이 크다. 문화재청은 공사기간 맞추기에 급급해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그가 제시했으나 검증은 안 된 단청 기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숭례문 부실 복구의 원인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다를 게 없음이 확인된 셈이다. 매뉴얼은 있어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충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습관이 장인정신이나 직업윤리를 압도했다. 속도와 효율이 우선되면서 내실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원칙과 기준은 문서상으로 수립됐지만 실제로는 있으나마나했다. 감독관청 공직자들은 현장의 일탈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아니, 비정상 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했다. 진도 앞바다의 인명피해와 서울 한복판의 국보 1호 부실 복구는 같은 원인이 낳은 두 개의 결과다.
대한민국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라였던 것이다. 희생당한 세월호 승객과 귀한 문화재를 물려준 선조에게 죄스러운 마음과 함께 밀려드는 자각이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괴물이 돼버린 우리 자신을 스스로 두려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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