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는 재능을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회의 것으로 여겨 재능을 타고난 이를 아낌없이 축복했다고 한다. 타고난 천재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는 사회가 아니었다.
천재성은 하늘이 준 축복이지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우리 축구 선수로 대상을 좁혀도 재능을 다 꽃피우지 못한 천재가 많다. 고종수와 이천수 같은 선수들이 그렇다. 이들은 어린 시절 천재로 기대를 모았지만 여러 이유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윤빛가람(25·제주) 선수 역시 이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 듯 보였다. 적어도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러나 이른 성공의 그림자는 짙었다. 유럽에 진출하려다 그만둔 뒤 그의 플레이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성남에서는 2군을 전전했고, 제주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 유럽 진출이나 대표팀 발탁은 고사하고 K리그에서 살아남는 것이 과제였다.
천재들이 주저앉고 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가라앉는 언론과 팬, 천재성을 꽃피워주기에는 너무 경직된 스포츠 문화 등 외부 환경 탓도 크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멘탈'이 아닐까. 하늘이 준 재능에 대한 겸허함, 그리고 주어진 재능을 썩히지 않고 더 발전시키려는 의지.
손애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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