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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의 무죄, 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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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혐의 벗은 강기훈씨…“재판부·검찰 유감 표시하지 않아 유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이 재판은 사법부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재판부가 유감을 표시하지 않아 유감이다. 검찰도 사과를 했어야 했다.”

13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유서대필(자살방조) 혐의에 대해 2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씨는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1991년 5월 8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이후 강씨는 ‘악마’로 취급받았다.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는 등 자살을 방조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도 유서 작성자를 강씨로 몰아갔다. 이후 20년도 넘는 세월 몸과 마음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23년이 지난 후 법원은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살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강씨가 22년 만의 승소에도 착잡했던 큰 이유는 책임을 져야 할 이들 중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1991년 당시 노태우 정부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유서대필' 의혹 사건을 집중 부각해 정국의 흐름을 뒤바꾸며 권력의 요구에 부응했다. 강씨를 사악한 범죄자로 몰았던 검찰은 자신들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사과나 유감의 표시가 없다. 결국 검찰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였던 법원 역시 사과의 움직임은 없다.

강씨를 유죄로 몰아갔던 주역들과 관련 당사자들은 지난 20여년 간 승승장구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씨는 현재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던 강신욱씨는 대법관에 올랐다.
검찰과 법원에서 당시 사건에 관여했던 이들은 이번 재심 결과에 대해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이들이 일하는 사무실로부터는 “자리에 없다” “해외출장을 갔다” 는 답변만 돌아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장주영 회장은 “이번 사건은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재확인해준 사례”라면서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진실을 되찾는 과정에서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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