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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시간이 필요한 시간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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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간'만큼 익숙한 것이 또 있을까. 분주한 하루를 자명종소리와 함께 시작하고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추느라 숨이 턱에 차도록 뛰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 시간이나 0.001초 차이의 짜릿한 승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기쁨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무엇인지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철학자, 예술가, 구도자들이 '시간'의 의미를 탐구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래'가 곧 '과거'로 변해버리는 당황스러움과 '현재'를 온전히 붙잡는 법을 깨우치지 못한 많은 우리들에게 '시간'은 여전히 신비로운 무엇으로 남아있다.

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는 '시간' 자체의 의미에 대한 탐구보다는 '시간 척도'를 정확하게 생성하거나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과거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시간의 표준을 삼았을 때 정확한 시간은 천문 관측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과 공전속도는 조금씩 느려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정확한 시간이 필요했고 1967년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세슘 원자시계가 탄생하게 되었다.
발전을 거듭해온 세슘 원자시계는 현재 1억년에 1초도 틀리지 않을 만큼 정확하다. 하지만 다른 원자나 이온을 이용하여 더 정확한 시계를 만들 수도 있다. KRISS 시간센터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세슘원자시계와 2억년에 1초도 틀리지 않는 이터븀 광시계를 확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정확한 시계가 필요한지 필자에게 자주 묻곤 한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경험하고 필요로 하는 시간의 정확도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천년에 1초가 틀리지 않는 정확한 시계가 관련된 시스템을 동기화해야 한다. 차량의 내비게이션 장비가 작동하려면 수만년에 1초 오차 이상의 원자시계가 위성에 실려 있어야 한다.
최근 미국 나사(NASA)에서는 심우주원자시계(DSACㆍDeep Space Atomic Clcok) 계획을 발표했다. 우주 항법을 위해 백만년에 1초도 틀리지 않는 이온 원자시계를 탑재한 위성 운용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독자 항법 위성 개발을 위한 연구가 이미 시작되었고 달 착륙을 포함한 국가 우주개발 계획이 발표되었다. 독자 항법 위성의 핵심 요소는 탑재형 원자시계와 지상국-위성 간의 시각동기 시스템이며 달 착륙을 위해서도 우주선과 착륙선의 항법 제어는 필수적이다.

세계적 수준의 원자시계를 확보하기까지 20년 이상의 연구가 소요되었다. 경험이 아주 없는 상태에서 처음 원자시계 연구를 시작했을 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외국에서 적은 돈으로 사오면 되는데 왜 아까운 돈을 써 가면서 굳이 개발하려고 하느냐 하는 반론이었다. 상당기간 이런 비판은 계속됐다. 만약 단순한 경제적 이유로 연구 개발을 포기했다면 지금 발걸음을 내딛은 독자 항법 위성에는 외산 원자시계가 실릴 것이며 혹 원자시계가 전략물자로 분류되어 수입이 불가능해지면 독자 항법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원자시계 개발 연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하는 연구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자들은 때때로 단기간의 경제적 효과로 연구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받는다. 다행히 과거 선배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우리의 눈은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사회가 기초과학 분야의 마라톤 선수를 키울 안목과 여유가 생겼다고 믿고 싶다. 우리가 꿈꾸는 곳은 저 멀리 그러나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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