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지난 1년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지난해 1월 13.55달러에 거래가 시작된 비트코인은 12월 말 종가 730달러(약 78만원)로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한편 가격이 개당 1200달러대까지 올라갔다 한 달도 안 돼 700달러대까지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타기'로 비트코인에 대한 불안정한 투자심리도 드러냈다.
믿을 수 없을 만치 극적인 2013년을 보낸 비트코인의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 역정에 대해 정리해본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 버지'가 혜성처럼 등장한 비트코인에 대해 "지하세계의 화폐가 CES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할 만큼 비트코인은 큰 관심을 끌었다.
◆2월: 20.60달러에서 33달러로=비트코인 가치는 2011년 최고 기록을 깨고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비트코인의 사상 최고 기록 경신 행진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3월: 33.50달러에서 93달러로=지중해 동북부 키프로스에 금융위기가 닥치자 현지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주 일부는 비트코인으로 갈아탔다. 이에 비트코인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급증한 수요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는 비트코인 거래소를 '화폐 서비스 사업자(MSB)'로 규정했다. 이어 비트코인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등록까지 권유했다.
◆4월: 94달러에서 145달러로=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지적재산권 소송을 벌이며 유명해진 캐머런 윙클보스와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가 비트코인 총액의 1%나 갖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비트코인 투기 열풍이 확산됐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업체는 물론 유명 기자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속속 나서면서 가격이 세 자릿수대로 급등했다.
◆5월: 137달러에서 129달러로=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의 카시미르 힐 기자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트코인만 이용해 1주나 버틴 체험기를 써 화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은 후퇴했다.
미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 모바일 결제업체의 계좌를 동결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비트코인이 불법 거래나 돈세탁에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129.50달러에서 95달러로=미국인의 25%가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비트코인의 인지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미 국세청(IRS)이 세금포탈의 주요 수단으로 떠오른 비트코인 거래를 추적하면서 수요는 뚝 떨어졌다.
◆7월: 97.50달러에서 110달러로=비트코인 시세 하락세가 멈칫한 7월 윙클보스 형제는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상장지수펀드(ETF) 설립 신청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미 금융 당국으로부터 승인만 받으면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전문 ETF가 출범할 수 있다.
◆8월: 106달러에서 147달러로=비트코인의 영향력이 커지자 독일 정부는 비트코인을 납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해킹으로 비트코인 지갑이 털리는 등 비트코인을 노린 사이버 범죄가 판치기 시작했다.
◆9월: 141달러에서 144달러로=중국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상하이(上海) 소재 비트코인 거래소 'BTC차이나'는 미국의 벤처업체 라이트스피드로부터 500만달러의 투자를 약속 받았다.
◆10월: 144달러에서 209달러로=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세계 최대 경매 사이트 e베이는 이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밴쿠버에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현금입출금기(ATM)가 등장하는 등 비트코인 용도는 부쩍 늘었다.
◆11월: 144달러에서 1220달러로=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1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BTC차이나는 마운틴곡스와 비트스탬프를 제치고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로 부상했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미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의 화폐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비트코인이 돈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 가능성도 갖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규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12월: 1200달러에서 730달러로=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비트코인의 목표 가격을 1300달러로 제시할 만큼 비트코인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비트코인 최대 거래국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에 나서면서 가격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 4개 정부 기관은 자국 내 금융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거래에 활용하지 말도록 제한했다. 이에 바이두 같은 인터넷 업체들이 줄줄이 비트코인 취급을 중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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