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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솔직히 말해서, 나는 우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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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벗이 이소연을 우주인이라 일컫는 것을 보고, 우습다고 말했다. "어째서 그 사람만 우주인인가. 지구도 우주에 속하니, 지구인인 나도 또한 우주인이 아닌가." 무심코 우주인 이소연에 동의했던 나도, 문득 나와 우주인을 다른 항(項)에 놓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얼마전 NASA발 기사에서, 태양계 밖으로 인간이 만든 기체(機體)를 띄워보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기사를 읽고, 우주에 대한 그간의 당연한 인식이 허물어지는 현기증을 느꼈다. 우리가 종교를 구할 때 우러르는 최고의 자리는 하늘이며 종교적 열망과 희망의 정점은 태양이지 않았던가. 죽을 때까지 태양의 아들 딸 손자 손녀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온 인간이, 자신의 신념의 바깥으로 외출한 이 사건을 우린 뭐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그때 그 기사를 보고 내 마음 속에 떠오른 헤드라인은 이것이었다.
"신이여, 안에 계시나이까 밖에 계시나이까"
"인류, 홀연 태양을 떠나다"

서양도 거기에서 벗어날 순 없었지만, 동양의 음양오행도 철저히 태양계의 사유이다. 달과 태양(음양), 그리고 다섯 개의 위성(오행)과 지구. 그것이 우주의 순환과 생명의 생성 사멸,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이고 개별적인 운명(사주팔자)을 만들어낸다는 사유는, 우리가 얼마나 철저히 태양과 그 위성들의 운행에 종속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해주는, 뼈저린 통찰이었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영화 '그래비티'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중력의 향수를 표현하고 있는, 전도(轉倒)적인 스토리다. 모든 무게는 중력이며 추락은 중력의 탓이며 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벌레처럼 붙어 살아가게된 것도 중력이 강요한 생의 양상이다. 그래, 그렇다면 무중력에서 한번 살아볼래? 영화는 우리를 중력없는 우주에서 철저하게 고립되는 한 우주인의 상황과 심경 속으로 몰아넣는다. 눈물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으로 떠다니는 우주적 슬픔. 스톤박사(산드라 블록, 그녀의 이름은 '돌'이다. 하늘로 던지면 어김없이 떨어지는 중력의 상징, 돌.)가 마침내 고군분투 끝에 지구에 무사히 추락(중력의 이 달콤한 맛!)하여 땅바닥을 맛보는 장면은, 새롭고 경이롭다. 그녀에게는 흙 몇 알갱이가 뺨에 닿는 감촉만으로도, 고향에 안긴 사무친 행복이다. 우리는 낮이면 태양계의 일원이 되고, 밤이면 그보다 더 나아가 은하계의 깜박이는 일원이 된다. 찰나에서 영원으로. 여기에서 무한으로. 우주라는 배후를 지닌, 당신.
<향상(香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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