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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함민복의 '선천성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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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하늘과 땅 사이를/날아오르는 새떼여/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의 '선천성 그리움'

■ 그리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도는 허공의 풍경이다. 태생적인 결핍이 그리운 쪽으로 고개 돌리게 한다. 그리운 건 내 안에 있지 않은 무엇이기에, 정녕 나는 그리운 이것이 무엇인지를 영원히 알 수 없는지도 모른다. 서로 꼬리를 물기 위해 뱅뱅 도는 두 마리의 개처럼, 그리움은 하릴없이 바쁘고 진척없는 제자리다.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 있을 때라도, 남자와 여자는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날 나를 놀라게 했다. 남자는 몇십년 동안 눈앞에 있는 '여자'만을 보고 살아왔고, 여자는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같은 장면을 본 것이 아니라, 같은 장면 속에 다른 인물이 들어있는 러브스토리를 관람하고 있었다. 동고동락한 두 사람에게, 존재하는 사랑의 이미지는 다른 것이다. 영원한 착오가, 사랑 속에 이미 들어있다. 그걸 함민복은 한 마디로 말해준다. "아무리 하나가 되려 포옹해도, 심장은 포개지지 않는다." 당신의 왼쪽 심장과 나의 왼쪽 심장이 서로 엇갈리는 포옹. 거기엔 결코 밀착되지 않는 깊은 허공이 있다. 함민복은 그 허공을 날아오르는 새떼, 혹은 내리치는 번개를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그냥 끝끝내 허공으로 남는 영원한 처녀지를 잠시 눈부시게 바라본다. 사랑은 그 억세고 끈질긴 포옹에도 여전히 정복되지 않은 저 빈섬에 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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