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김하늘, 배희경 등 가벼운 드라이버로 바꿨더니…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무게만 줄였을 뿐인데?"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하지만 숙련된 목수에게도 연장이 문제 될 때가 있다. 프로골프투어가 하반기에 접어들자 스윙이 조금씩 무뎌지던 선수들 역시 골프채 스펙을 교체하면서 샷 감각을 되살리는 모습이다. 김하늘(25ㆍKT)과 배희경(21) 등은 아예 우승의 원동력을 드라이버 교체로 꼽았다. 골프채와 경기력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2년 연속 상금퀸' 김하늘도 비슷한 사례다. 시즌 초 드라이브 샷이 갈피를 잡지 못해 '컷 오프'와 기권을 거듭하다 8월 들어 전환점을 맞았다. 한 달 간의 여름휴식을 끝낸 뒤 시작된 하반기 개막전 넵스마스터피스 11위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곧바로 이어진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기어코 시즌 첫 승을 일궈냈다.
역시 드라이버 교체가 핵심이다. 김하늘은 "드라이브 샷이 똑바로 날아가니 이제야 살맛이 난다"며 "같은 모델이지만 가벼운 스펙으로 바꾸면서 방향성이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ㆍKB금융그룹)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US여자오픈까지 시즌 6승을 수확했다가 갑작스런 슬럼프에 빠진 박인비는 "어딘지 모르게 샷이 무뎌졌다"고 했다.
▲ 가벼우면 잘 맞나?= 아마추어골퍼들도 마찬가지다. 체력에 부담이 느껴질 때 골프채까지 무거우면 당연히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된다. 선수들이 골프채를 다소 무겁게 세팅하는 건 공의 직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주영민 클리브랜드 마케팅팀장은 "샤프트가 무거울수록 공이 날아갈 때 방향이 바뀌는 등의 변화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버거우면 스윙스피드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멀리 날려 보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주 팀장은 "바람까지 가세하면 공이 날리는 등 컨트롤 능력까지 떨어진다"며 가벼운 샤프트로 교체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무조건 가볍게 바꾸라는 게 아니다. "갑자기 가벼워지면 공의 직진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프로선수들은 가벼운 대신 한 단계 단단한 샤프트를 고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요즈음은 프로골퍼들도 아이언을 그라파이트로 교체하는 추세다. 복원력이 뛰어난 카본 소재의 등장으로 샷의 일관성까지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매트 쿠차(미국ㆍ메모리얼토너먼트)와 부 위클리(미국ㆍ크라운플라자)가 그라파이트 샤프트로 연거푸 우승하면서 가벼운 클럽이 주목을 끌고 있다. '스틸이 방향성이 좋다'는 것도 옛말이 된 셈이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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