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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설 나도는 아시아 신흥시장 1997년과 2013년 비슷한 점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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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인도 루피와 터키 리라 가치가 끝 모르게 추락하면서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당시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아 이런 걱정을 낳지만 당시에 비해 외환위기를 막을 장치가 마련돼 있는 등 차이점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1997년과 2013년, 아시아 시장의 취약성 비교’라는 기사를 통해 당시와 현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짚었다.
WSJ는 과거나 지금이나 미국의 통화긴축과 일본의 재정긴축이 아시아 지역 통화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1997년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년간 인하하던 은행대출금리를 5.25%에서 5.5%로 인상했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4월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했다. 당시는 연방기금 목표금리가 유행하기 이전이었다.

현재 FRB는 3차 양적완화를 연내 축소해 내년에 완전히 중단할 방침이다. FRB의 채권매입 축소와 중단은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긴축과 같은 효과를 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997년 당시와 똑같은 소비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5%인 소비세를 내년 4월에 8%로, 2015년 10월에 1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세금을 올리면 금융시스템으로 들어갈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아시아 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으로 환류하고 일본의 세금 이상으로 다시 투자금이 다시 귀국하는 셈이 된다.
1997년에는 태국 바트화가 폭락해 인도네사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한국으로 전염되면서 외환위기를 낳았다. 현재 인도 루피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루피, 터키의 리라, 태국의 바트 등 주변국 통화 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WSJ는 4월부터 4개월간 태국 바트는 달러 대비 10%, 인도 루피는 16% 이상,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11.4%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는 심각하다. 인도는 2012년에 국내총생산(GDP)의 4.8%인 882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고 올해 이를 3.7%로 막는다지만 적자는 매월 계속되고 있다. 터키도 상반기 중 363억7500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인도네시아도 156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1996년 말 한국은 229억5000만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약세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1997년 4월 엔화는 달러당 106엔, 아시아 금융위기가 러시아까지 확산되어 미 증시가 요동쳤던 1998년 8월께는 달러당 147엔이었다.

2011년 10월28일 전후 최저인 달러당 75.78엔까지 내려간 엔화 환율은 5월9일 100엔을 돌파해 24일간 달러당 100엔을 유지하다 6월3일 99.56엔으로 떨어졌다. 현재 환율은 달러당 97엔 후반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 4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FRB의 출구전략으로 연말까지 달러당 11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점도 많다. 우선 다수 국가들이 달러 대비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시장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만큼 1997년 5월처럼 헤지펀드들이 평가절하를 겨냥하고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환보유고도 넉넉하게 쌓아 놓았다. 풍전등화 상태라지만 인도가 28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쌓아 놓았고, 태국이 1730억달러, 필리핀 830억달러, 인도네시아 930억달러, 말레이시아 1360억달러, 한국 3300억달러 등이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996년 말 332억달러, 1997년 외환위기 당시 80억달러에 불과했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에는 일본이 주변 선진국들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전망이 불안해졌고, 올해 성장률이 7.5%로 낮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1997년 당시의 일본과 현재의 중국을 비교하지 않는다고 WSJ는 지적했다. 일본은 투자금을 제일 먼저 회수했지만 중국은 3조5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어 느긋하다.

그렇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헤지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는 16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미국 양적완화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심해지면 자본유출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시장 개입,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태풍의 눈은 지금 아시아 시장 바로 위에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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