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기획시리즈⑧
보험설계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가 스스로 찾지 않는 비자발적인 금융상품이다보니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설계사를 '보험전문가'가 아닌 '장삿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는 얘기다. 민원 발생 '1순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들의 설계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설계사가 보험상품이 아닌 가짜 상품을 팔아 고객의 돈을 가로챈 사례도 최근 적발됐다. 이른바 보험사기에 가담한 설계사 숫자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0명을 넘어섰다.
설계사의 보험상품 이해도가 낮다는 점도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요소다. 이종욱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검사국장은 "보험사 상품이 어렵다보니 불완전판매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손보사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은 상품설명에서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결국 설계사의 능력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남성 설계사들을 양성하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설계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깨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외형 보다 회사 차원에서 설계사들을 관리하는 근본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보험사의 판매 위주 전략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욱 국장은 "각사들이 실적에만 몰두하다보니 설계사들이 판매에만 매달려 소비자보호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보험연수원에서 설계사 의무교육 프로그램에 윤리교육을 넣으려고 했다가 업계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회사의 인식 전환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소위 '철새'로 대표되는 설계사의 이동도 보험사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설계사가 이동하면서 기존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해약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CEO는 "사기 등 전과가 있는 설계사의 재진입을 막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보호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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