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전문가인가 장삿꾼인가'..사기친 보험설계사 1000명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금융소비자보호기획시리즈⑧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직장인 김모씨는 한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에게서 저축성보험상품을 소개받았다. 여유가 없어 가입을 망설였지만, 2년만 보험료를 납입하면 보험료를 미납해도 원금손실이 없고 일부 질병 등에 대해 보장까지 해준다는 설계사의 설명에 덜컥 가입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저축성이 아닌 보장성보험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중도 해약하면 해약금이 거의 없고 보장내역도 설계사의 설명과는 달랐다. 김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험설계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가 스스로 찾지 않는 비자발적인 금융상품이다보니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설계사를 '보험전문가'가 아닌 '장삿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는 얘기다. 민원 발생 '1순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부문 민원 가운데 설계사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37.8%로 가장 컸다. 방카를 제외한 영업점이 10%, 텔레마케팅채널이 9%에 그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고객들의 설계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설계사가 보험상품이 아닌 가짜 상품을 팔아 고객의 돈을 가로챈 사례도 최근 적발됐다. 이른바 보험사기에 가담한 설계사 숫자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0명을 넘어섰다.

설계사의 보험상품 이해도가 낮다는 점도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요소다. 이종욱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검사국장은 "보험사 상품이 어렵다보니 불완전판매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은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보험료 환급요구로 발전돼 보험사의 건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분기별 '보험료 환급요구' 민원 발생건수는 지난해 4분기 1362건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보험사가 설계사의 질적 향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손보사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은 상품설명에서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결국 설계사의 능력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남성 설계사들을 양성하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설계사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깨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외형 보다 회사 차원에서 설계사들을 관리하는 근본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보험사의 판매 위주 전략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욱 국장은 "각사들이 실적에만 몰두하다보니 설계사들이 판매에만 매달려 소비자보호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보험연수원에서 설계사 의무교육 프로그램에 윤리교육을 넣으려고 했다가 업계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회사의 인식 전환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소위 '철새'로 대표되는 설계사의 이동도 보험사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설계사가 이동하면서 기존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해약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CEO는 "사기 등 전과가 있는 설계사의 재진입을 막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보호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외국인환대행사, 행운을 잡아라 영풍 장녀, 13억에 영풍문고 개인 최대주주 됐다 "1500명? 2000명?"…의대 증원 수험생 유불리에도 영향

    #국내이슈

  • "화웨이, 하버드 등 美대학 연구자금 비밀리 지원" 이재용, 바티칸서 교황 만났다…'삼성 전광판' 답례 차원인 듯 피벗 지연예고에도 "금리 인상 없을 것"…예상보다 '비둘기' 파월(종합)

    #해외이슈

  • [포토] '공중 곡예' [포토] 우아한 '날갯짓' [포토] 연휴 앞두고 '해외로!'

    #포토PICK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美 달린다…5대 추가 수주 현대차, 美 하이브리드 月 판매 1만대 돌파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CAR라이프

  •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