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중인 KT가 6일 오후 2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호소했다. 자신들의 발이 묶인 사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보조금을 풀어 가입자를 뺏아간다며 강한 제재를 요구했다.
KT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던 그 시각, KT 광화문 지사에 입주해있는 방통위 이용자보호국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최근 시장이 과열된 건 사실이지만 지난해 갤럭시S 17만원 때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것. 방통위는 시장상황을 더 살펴보고 추가 징계를 내릴지 검토하겠다고 결정했다. KT 요구와는 온도 차이가 크다.
방통위가 이처럼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KT만 '피해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통 3사 중 한 군데라도 보조금을 대폭 늘리면 짧으면 수십분, 길어도 몇시간 내 경쟁사도 보조금을 푸는 게 이통 업계의 관행이다. 과열 보조금 책임에서 KT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이통3사 영업정지를 순차적으로 할 게 아니라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통 3사의 동시영업정지는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지만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나올까 싶다.
보조금 혈전 이통사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막장을 치닫고 있다. 따지고 보면 방통위의 말이 먹히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언제 가동을 할지, 방통위 조직이 어떻게 개편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방통위의 말을 귀담아 들을 턱이 없다.
정부 권위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통사들의 변칙이 사라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조금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 개편부터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이유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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