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내건 '중산층 70% 재건' 구호가 힘을 발휘한 배경이다. 50대가 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투표결과는 그들이 어느 연령대보다 '붉은 여왕 효과'에 짓눌리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도 중산층을 끌어안으려 했지만 소구력에서 박 후보에 미치지 못했다. 70%라는 수치를 박아넣은 그의 중산층 재건 구호는 강렬했다.
자기 집이 있든 없든, 자산과 부채가 얼마나 되든 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이기만 하면 '중간소득층'이다. 따라서 2011년 가구소득이 월 중위소득(350만원)의 50~150%(175만~525만원)인 가구는 모두 중산층이다. 이런 '중간소득층' 통계는 국제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우리 국민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산층'과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4인가족 기준 월 가구소득이 494만6000원은 넘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공약대로 중산층 70% 재건을 실현해도 그 70%에 속하는 인구 중 실제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중은 절반은커녕 4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이다.
중간소득층 비중 2%포인트 확대도 거저 될 일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와 대기업 지원 정책만 철회해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이렇게 보면 박 당선인은 공약을 참으로 겸손하게도 내걸었다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박 당선인의 '중산층 70% 재건' 공약을 국민 대부분이 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문제다. 인터넷에서 '중산층의 기준이 뭐냐'는 논쟁이 확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혼선을 없애려면 이 공약을 수치상 기준이 분명하고 검증가능한 정책목표로 재정립해 밝힐 필요가 있다. 훗날 '중산층 70% 재건'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눈 가리고 아웅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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