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시행에 들어갔는데 유예기간이 꽤 길다. 2013년 6월30일까지이다. 관련법을 어겼을 때 당장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유예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관련법을 알리고 해당 업체들이 '흡연실'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관련법이 시행에 들어가자 식당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고성도 오갔다. 45평 이상 술집에서는 "오늘부터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말하는데 손님들은 "무슨 말이냐? 그런 법이 어디있냐"며 실랑이가 벌어지고 '법'을 따지고 나섰다. 반면 45평 미만 술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작고 작은 선술집'이 성업을 이룰 것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한편으로 이번 조치를 넘어서서 흡연자에 대한 '강공' 일색의 일련의 정책들이 과연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담배는 '가난한 자들의 세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2008년 기준)이 높은 강남구(453만6000원)의 경우 흡연율은 39.6%. 이에 비해 중구(281만2000원)는 47.0%의 흡연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45.0%로 OECD(경제개발기구) 평균 28.4%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들어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는 '건강'이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거다.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런 보편적 상식조차 통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한 잔의 소주와 한 개비의 담배로 고단한 하루를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고 오래오래 장수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과정에 있다. '공공의 적'이 돼 버린 담배를 두고 대한민국의 문제해결 역량은 또 한 번 시험을 받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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