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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총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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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공부 열심히 하세요…."

13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김황식 국무총리가 '2012 해외건설·플랜트의 날' 기념식에서 어린 소녀에게 나즈막히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눈물을 애써 참으려는 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소녀에게, 또 행사장에 모인 내빈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의지 같았다. 짧은 한 마디를 건네고 나서 총리는 한동안 감정을 추스리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소녀는 지난 6월 이역만리에서 목숨을 잃은 건설인의 딸이었다. 총리는 페루 댐 건설공사의 사전조사를 위해 헬기를 타고 나섰다 목숨을 잃은 고 김효준 삼성물산 부장에게 동탑산업훈장을 추서했다. 훈장을 딸 김윤수양(16세)이 대신 받으러 나오자 애잔한 심경을 숨기지 못한 것이다.

사고가 난 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국가가 감사의 뜻을 표하게 된 미안함도 서려있는 듯 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사고 당시 함께 목숨을 잃은 7명의 해외건설 역군에 대한 훈·포장도 함께 추서됐다. 시상대에는 고인들을 대신해 딸, 아들, 아내 등이 각각 올랐다. 고인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장내는 숙연해졌다.
포상 후 이어진 치사에서 김 총리는 슬픔이 가시지 않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자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해외건설은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기극복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와 헬기사고 유족들의 만남은 지난 6월 페루 헬기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분향소에서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희생하신 님들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방명록에 적으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도 했다.

총리의 눈물 섞인 진정성에 참석한 건설인사들은 함께 목이 메인듯 했다. 한 참석자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묵묵히 초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며 국부를 쌓는데 공헌했으나 국내에서는 혹독한 저평가를 받아왔다"며 "총리의 진심어린 표정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희생 속에 핀 '해외건설 5000억달러 달성'이라는 금자탑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치열한 해외경쟁에 나서는 이들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더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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