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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배추 유통비용 80%, '유통혁신'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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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앞둔 주부들의 표정이 어둡다. 김장의 주 재료인 배추와 무 값이 작년보다 2배가량 오른 까닭이다. 지난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이 값을 올린 주범이라고 한다. 하지만 농민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유통비용'이란 괴물이 태풍보다 더 무섭다. 배추, 무 값의 80%가량은 유통비용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농산물 산매가격에서 차지하는 유통비용 비중은 평균 41.8%였다. 그 비중이 가장 큰 품목은 채소류로 평균 69.6%였고 특히 김장무는 80.0%, 김장배추는 77.1%에 달했다. 2000원짜리 김장무의 경우 생산자인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400원이라는 얘기다. 그 돈에서 땅값, 씨앗 값, 비료 값,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과연 얼마나 남길까. 농가 경제의 어려운 현실이 손에 잡힌다.
양념 채소류나 과일, 고기류도 마찬가지다. 양파(71.9%)를 비롯해 대파(50.8%), 감귤(56.1%), 닭고기(52.1%) 등도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의 절반을 웃돈다. 농축산물의 과다한 유통비용으로 피해보는 것은 농가만이 아니다. 치솟는 식탁물가는 서민 가계부를 흔든다.

유통업체의 대형화도 유통비용을 줄이지 못했다. 지난해 평균 유통비용 41.8%를 단계별로 나누면 출하단계 10.0%, 도매단계 8.6%, 산매단계 23.2%다. 대형 마트, 할인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유통 선진화를 외치며 세력을 넓혔으나 산매단계의 유통비용은 6년 전인 2006년(23.2%)에 비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정부와 농협이 줄기차게 유통의 혁신과 근대화를 외쳐 왔는데 왜 달라지지 않는가. 정부는 단세포적으로 유통구조의 개선만을 앞세운다. 유통단계만 줄이고 고치면 곧 바로 비용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다. 유통구조 개선은 물론 중요하다. 생협의 활성화, 전통시장과의 직거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유통비용은 그런 접근만으로 유통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유통의 본질을 외면한 결과다. 농산물의 합리적 등급화, 효율적 가격결정시스템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정밀한 관찰과 예측으로 가격변동성을 줄이는 일도 절실하다. 장삿속만 밝히는 농협의 체질 또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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