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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경제민주화,대선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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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이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정치판의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떠오른 핫 이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수장학회, 경제민주화의 세 가지다. 언제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알 수 없는 게 우리 선거판이나, 지금의 상황은 그렇다.

세 가지 이슈 모두 대선 판세를 뒤흔들 변수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NLL과 정수장학회는 언제든지 판세를 요동치게 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이다. 정치권력과 역사의 문제이자, 과거를 놓고 벌이는 계승자들의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다. 어느 한 쪽이 정곡을 찔린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다르다. 정치권력이 아닌 경제권력과 시장의 이슈다. 현재의 문제이자 미래의 과제다. 여야는 공격과 방어가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향한 동반자 내지 경쟁적 협력자의 모습이다. 여당이 치고 나오자 야당이 더 크게 호응하고 뒤늦게 뛰어든 안철수 진영까지 가세하면서 보수와 진보, 여와 야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경제민주화의 깃발 아래 그들은 동지다. 정당의 정체성도 이념의 차별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순환출자 등 몇 가지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겨냥하는 조준점은 일치한다. 재벌그룹과 오너다.

경제학자들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경제민주화'를 대선 주자들이 약속한 듯 첫 번째 경제과제로 꼽는 현상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속셈은 훤히 들여다보인다. 표심이다. 서민 경제의 붕괴가 불러온 민심의 분노가 그 출발점이다. 깊어진 양극화, 무너진 중산층, 발길에 채는 청년백수가 민생의 현실이다.

그들은 말한다. 수천억원, 수조원씩 버는 재벌가의 딸, 손에 밀가루 한번 묻혀 보지 않은 자들이 베이커리를 만들어 동네 빵집을 망하게 하는 게 옳은가. 아들, 딸, 사위, 며느리까지 계열사 사장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 경영인가. 죄를 짓고도 왜 재벌 총수는 감옥에 가지 않는가. 왜 영원한 을(乙) 중소기업을 쥐어 짜는가.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합창'은 소리치는 민심이 불러왔다. 경제민주화는 그렇게 대선판을 떠났다. 경제 이슈로는 남겠지만 표심을 뒤흔들 회심의 카드는 아니다.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를 각각 구분짓고 차별화할 변별력을 잃었다. 어느 누가 경제민주화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한.

경제민주화의 전선은 새롭게 구축됐다. 공세의 정치권과 방어의 진을 친 재계다. 재계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은 수차례 경제민주화의 애매함, 부당성, 악영향을 주장했다. 지난주에는 상공회의소가 나섰다. 경제민주화는 재벌 때리기다, 과속으로 성장기반을 훼손할 것이다, 본질인 경제위기는 외면하고 있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놓고 흡사 선명성 경쟁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재계의 주장에도 귀담아들을 대목이 있다. 반(反)기업정서를 부채질한다면 기업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리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 불황기에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재계가 흥분한다고 정치권이 누그러질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민심, 즉 표심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재계가 아무리 논리적 주장을 편다 해도 민심에 다가서기에는 2%가 부족하다. 논리로 풀 수 없는 정서의 장벽이 너무 견고하다.

미국에도 있고 프랑스에도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 가진 자의 덕목이 문제다. '부자들 세금 더 거두라'는 총수는 왜 없는가. '자식에게 절대로 재산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오너는 왜 안 나오나. 대한민국 재벌 모두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30대 재벌가 중에 한 곳만이라도 좋다. 1000쪽짜리 전경련 보고서보다 그런 '튀는 회장님' 한 명이 서민의 가슴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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