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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나라'…정부청사·최전방 보안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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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풀가동, 공항검색대 방불
3차 관문 통과해야 출입…보안검색대 혼잡


"출입증 보여주십시오."
16일 오전 8시50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 출근이 급한 공무원들이 철문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대여섯명의 전경이 공무원 십여명의 출입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출입증에 붙은 사진과 본인 여부를 대조해보고, 소속 부서도 꼼꼼하게 파악했다. 이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후에야 닫혔던 철문이 열렸다. 평소에는 출입증만 패용하면 확인도 않고 출입문을 열어주던 것과는 완연히 다른 풍경이다.

출입문을 통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2차 관문은 더 시간이 지체됐다. 입구에 비치돼 있는 금속탐지기에는 더 많은 직원들이 줄을 선 채 종종 걸음을 쳤다. 한꺼번에 수십명이 몰려 웅성거렸다. "가방 올려놔주세요"라는 보안 요원의 말에 앞서 가던 여직원 한 명이 보안검색대에 들고 있던 핸드백이며 종이봉투를 올려놓고 통과되기를 기다는 모습은 흡사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했다.

뒤에 줄을 선 직원들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미리 등에 멘 가방을 벗어들거나 소지품 등을 꺼내놓았다. 한 사람이 통과하는 데는 보통 5초가 안 걸리지만 출근시간대 사람이 몰리다보니 9시에 가까워질수록 통과 시간은 더욱 지체됐다. 금속탐지기는 이전까지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나 휴일에는 꺼놓는 경우가 많았다.
평일에 운영을 하더라도 주로 방문증을 휴대한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공무원들은 해당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발생한 '정부중앙청사 방화 후 투신사건' 이후 정부는 뒤늦게 금속탐지기 통과와 짐 검색 등 보안검색대를 24시간 운영에 들어갔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 마지막 관문인 자동인식출입시스템인 일명 '스피드게이트'가 나온다. 전자태그(RFID)가 부착된 출입증을 지녀야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이 혼잡한 출근 시간대와 점심 시간대에 네개 통로 중 한 개의 문을 열어놓아 직원들이 원활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해놓았지만 이 날은 예외 없었다. 게이트 앞에서 출입증 인식이 안 돼 진땀을 흘리는 직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결국 보안요원에게 이름과 소속 부처, 연락처 등을 기재한 후에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검색대를 통과한 한 행정안전부 직원은 "정부 청사 건물에서 그런 사고가 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직원들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보안 및 경비를 철저히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후문에만 있는 자동인식출입시스템을 모든 출입구에 설치할 방침이다. 청사의 출입구는 정문과 후문, 외교통상부와 통하는 남문, 경복궁에서 지하통로로 들어오는 북문 등 총 4곳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과천이나 대전, 세종청사 등의 전 출입문에도 자동인식 출입시스템 설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서필언 행정안전부 제1차관은 "앞으로는 불편하더라도 출입 편의보다는 청사보안을 먼저 고려해 보안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 헛구호
감시장비 기업 입찰포기 등 단기간 정비 미지수


군 당국이 북한군 '노크귀순'과 관련, 일반전방소초(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등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반쪽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사업자체가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15일 북한군 귀순 사건과 관련해 "대규모 문책은 물론 경계취약 지역을 정밀하게 재분석해 병력을 보충하고 감시 장비와 철책을 최단시간 내에 보강하겠다"며 최전방 경계강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인 이영주 해병 소장도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귀순한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소초에 대한 경계근무태세와 철책 관리 등을 정밀히 조사한 결과 경계 공백이 발생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경계 실패 원인은 작전지역 대부분이 울창한 수목으로 형성됐고, 열상감시장비(TOD)와 슈미트(주간광학감시장비) 등 감시 장비가 주요 고지에 배치돼 취약 지역에 대한 감시 사각지역이 발생된 데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이 발표한 경계시스템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하 경계시스템)'사업이다. 군 당국은 병력 수 감축 등을 이유로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육군 5사단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해 공고를 내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동부전선 사단을 대상으로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시험평가 대상기업은 감시카메라(중ㆍ단거리), 통제시스템, 경계용 레이더, 감시시스템 분야를 갖춰 입찰에 참여한 SK C&C, 삼성에스원이다. 방위사업청은 이 두 업체의 시험평가를 거쳐 이번 주에 결과가 나오면 동부지역, 중부지역, 서부지역 순으로 경계시스템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SK C&C가 시험평가도중 평가를 포기했다. SK C&C는 시험평가 도중 일부항목 평가기준을 임의 변경하는 등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C&C 관계자는 "시험평가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방사청에 공개시험요구를 했으나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항목 변경부분에 대해서는 장비를 정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일단 SK C&C가 시험평가에서 제외돼 이 사업공고 자체를 유찰시킬지 삼성에스원과 단독 수의계약을 할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단, 유찰시킬 경우 전력화 지연이, 단독 수의계약을 맺을 경우 업체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돼 법률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군은 오는 2015년까지 모든 전방사단에 구축키로 한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설치를 앞당기기로 했으며 내년까지 3개 전방사단에 설치키로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최단시간 내에 보강'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주 시험평가결과에서 삼성에스원이 불합격이 될 경우 사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결국 군 당국이 사업전반에 대한 검토도 없이 땜질식 대책을 발표한 셈이 된다.



양낙규 기자 if@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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