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박 후보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지도부의 역부족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역사관 논란 등 박 후보와 당의 발목을 잡아온 논란이 터질 때마다 반복된 모습이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최고위 뒤 기자들을 만나 "(쇄신 등의 요구는) 당을 위한 충정으로 안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어 "각자 맡은 바 일을 다 하며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다만 "우리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있다"며 자리를 지키는 데 애를 쓰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박 후보의 결단만이 남게 된 것이다.
당내에서 '새 판을 짜자'는 요구가 빗발치는데 지도부는 연이틀 긴급 최고위를 열어놓고도 원칙적 불가 입장만 정했을 뿐 이쪽저쪽을 상대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가 전날 "내일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 선거를 잘 (치러야 한다)"며 상황을 일단락지으려 했음에도 잡음이 여전한 게 결국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후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처음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남경필 의원(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근혜) 대세론 깨진 지는 오래 됐다"며 "우리 새누리당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또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인물을 대거 영입해서 자리를 채우게 하고 나머지 분들은 좀 뒤로 물러나는 게 맞겠다"고 밝혔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같은날 라디오 방송에서 "야권이 단일화할 것으로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저희들은 보수대통합, 범보수대연합이 아니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에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남 의원 등의 주장은) 아무래도 (자리를) 비워드리면 (외부 인사들이) 오시기 더 쉽다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남 의원과 마찬가지로 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전면 쇄신을 위해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와 당직자, 선대위원은 전원 사퇴하자"고 공개제안했다.
박 후보 대선경선 캠프의 공보단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박 후보가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지방에 가서 현장에서 뛰어야 한다"며 박 후보를 직접 압박했다.
지도부 교체, 친박(親박근혜) 측근 퇴진, 선대위 재구성, 비례대표 사퇴 등으로 압박이 점증된만큼 박 후보가 추가 입장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높다.
한 당직자는 "어떻게 보면 몇 가지 대안이 동시에 제시된 것인데 지도부가 실질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박 후보가 한 가지도 받지 않으면 회의감이 급속도로 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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