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를 '된다'로 이지송의 '개혁 연금술'.. 빚 안고 시작한 공기업 "재무개혁부터"
2010년 12월7일 파주운정3택지지구 주민들이 LH 본사 앞으로 몰려와 텐트를 치고 사업착수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이지송 LH 사장은 추운 날씨에 주민들이 걱정된다며 텐트를 방문해 밤샘 토론을 했다. 재정이 나아지면 보상부터 시작하겠다는 이 사장의 약속에 주민들은 사흘만에 농성을 풀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지난 2009년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역사적인 통합공사 출범이라는 기쁨도 잠시, 토공과 주공이 각각 경쟁적으로 벌여놓은 수많은 사업을 정리하는 일이 급했다. 두 기관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나온 사업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서로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각자의 재무역량을 넘어선 정책사업을 무리하게 벌여왔던 탓이다. 때문에 LH 출범 당시 부채는 두 기관을 모두 합해 108조원에 달했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압박을 준 것은 414곳에 달하는 전국의 사업장들이었다. 무리한 사업확장의 결과물들이다. 이 중 아직 보상에 들어가지 않은 사업장만 138곳, 사업비 투입규모로 보면 143조원이었다.
◆경영안정…눈치보기식 사업확장 관행 깼다= LH가 출범 때부터 부실한 재무상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정부 당국 등이 공감대를 표했다. 이 사장은 이 때부터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내부 직원이나 사업 지역 인근주민, 또는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 정부 등 이해 관계자들의 눈치보기식 사업확장을 철저히 지양했다.
대신 수요와 사업 타당성에 기반해 사업지구를 재조정했다. 그 결과 414개 지구에 이르는 사업 물량 가운데 미착수된 신규사업 138개지구 196㎢, 143조원 규모의 사업에 대한 조정계획을 수립했다. 이 사장은 사업이 취소된 지구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이해를 구하는 등 현장 속에서 답을 찾았다. 천막 농성중인 주민들의 고충을 나누는 차원에서 천막에서 하룻밤을 노숙하며 이해를 구했다.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체질개선= LH가 3년 만에 경영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것은 이질적인 조직을 융합시키고 체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공기업 조직의 방만함과 업무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수시로 현장을 찾아 빈틈이 없는지 살피고 휴일마저 반납하며 발빠른 대처를 독려했다. 특히 조직을 일신하기 위한 인사시스템 개선은 세간의 화제가 될 정도였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7단계의 인사검증시스템을 통해 1, 2급 직원 75%를 물갈이했다. 또 304개 직위에 젊고 유능한 차세대 리더로 하위 직급자를 대거 발탁해 조직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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