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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윤동주의 '별 헤는 밤' 중에서 (19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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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 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 우리가 이 영롱할 만큼 아름다운 시를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윤동주의 다정다감한 동심과 순정한 동경과 식민지 조선청년의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별빛 아래 어우러져, 이 땅의 감수성을 깊이 흔들어왔다. 별을 헤는 유행가들. 릴케와 프랑시스 잠에 대한 열광을 돋웠고, 패, 경, 옥이라는 낯선 이름들까지도 초등학교 단짝친구들처럼 그립도록 만들었다. 질곡의 시절에 북간도와 조선의 하늘을 우러르며 별들로 소통했던, 감미로운 리리시즘(lyricism)은 조금도 낡지 않은 채 감동을 문, 빛줄기가 되어 내 이마 위로 내려와 앉는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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