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남조악부시 '화산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그대 생각하며 눈물 흘리네/눈물은 물시계처럼/밤낮 없이 쉬지않고 흐르네/긴 이별 견딜 수 없네/한밤 중 즐거웠던 날을 생각하며/이불을 껴안고 하염없이 우네/밤마다 그대 생각하네/바람이 불고 창가 커튼이 살랑이면/혹시 그대 반가운 걸음인가/생각하네

■ 악부시집 청상곡사에 들어있는 옛 중국 한시이다. 화산기는 마을 이름이다. 굳이 한자로 읽지 않아도 절절한 맛이 우러난다. 과장스러운 대목이 없지 않지만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수다스러운 면목을 가지는 거 아니던가. 오히려 그걸 점잔 빼고 에두르는 수사법이야 말로 가짜일 수도 있는 법. 그냥 흘러넘치는 대로 그려낸 언어들이 오히려 순정하고 곱다. 물시계(刻漏水)의 물이 하염없이 흐르듯 눈물이 쏟아진다. 왜? 오래 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고싶어서 언제 울어 보았던가. 눈물을 흘릴 틈도 없이 그 보고싶음이 해결되어 버리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어쩌면 재앙이 아닐까. 저 내부로 흘러나오는 감정의 분출이 생략된 사랑이 무슨 사랑이란 말인가. 이불을 껴안고 일어나 울어 보았던가. 창의 주렴이 살랑거려도 그대 오시는가 싶어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그런 사랑을 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