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도를 배우던 때가 있었다. 나무토막같이 뻣뻣한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려는 노력이 어찌 쉽겠는가. 발바닥은 몇겹으로 벗겨져 나갔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각엔 파김치가 되었다. 수없이 칼을 휘두르며 깨달은 건 온 몸이 칼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었다. 그러나 나는 칼이 되지 못했다. 칼끝의 섬광이 되지 못하고 칼날의 바람이 되지 못했다. 한눈을 팔고 방심을 하여 사부의 죽도가 등줄기와 어깨를 후려치는 걸 도와줬다. 이 세상에 와서 읽은, 시들 중에 가장 울림있는 시를 고르라면, 김지하의 시 '칼아'를 집어들겠다. 쾌도난마! 시는 생애를 따라온다. 그 시의 말들은 살아, 상황상황마다 살아움직이는 비유를 이루며 나를 만들어간다. 칼아. 그것은 나의 피, 나의 정신, 나의 사유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