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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빈섬 '매화일보(梅花日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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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하느라 바싹 구워져버린 고기를/젓가락으로 들고 그 얘기를 마음에 받아 적는/후배의 눈 속에 타오르는 매화꽃 본다./뜨거운 중심에서 올라와 화득화득 불길을 이루는/숯불이 눈에 비쳐 눈물이 붉구나./툭 부딪치는, 처음처럼 한잔도 붉구나./이토록 뛰어와도 여전히 헐벗은 초심./껴안고 껴안아도 옆구리로 빠져나가는/내것이 아닌 삶에 한잔. 괜찮다에 한잔. 미안하다에 한잔./고맙다에 다시 한잔. 나를 택시에 태우며 찬 손 흔드는/삼월 추위에 우리 조금 식더라도,/추운 자리에서 그래도 피는구나./뜨거운 말들에 조금 더 취해 검어지는/마음숯 저 검댕이가 실은 불덩이인/그 눈, 꽃/발바닥에 눌리는 말씀을 새기는 충무로/거북선 세 척만 있더라도 이길 수 있다./눈맞는 매화에겐 얼어죽을 설한이 꽃피는 날이다.

이빈섬 '매화일보(梅花日報)'

■ 꽃샘추위로 매화축제를 해야할 광양에 꽃이 안피어 울상이라고 한다. 충무로의 신문사 편집국에서 열정과 신념으로 헤쳐나가야할 일들을 생각한다. 매화열매가 신산(辛酸)한 것은 그 추위를 견디면서 온몸이 시고 매워졌기 때문이다. 不是一番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이란 시 구절이 있다. 추위가 한 차례 뼈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으리요.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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