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자나무의 심상(心象)을 소재로 우체국을 차린다. 꽃잎을 다섯 장의 붉은 태지라 하고, 명자나무 향기를 우체국장 아가씨의 단내 나는 입냄새라고 말한 것, 그 붉은 꽃잎의 일렁거림을 피돌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가미로 숨쉰다고 한 것, 거기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작은 부리까지 모셔와 우표를 찍어내는 것. 우체국은 이렇게 아름답게들 공무 중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연금술을 믿으니까'의 반전이 없었다면, 그저 재치있고 예쁘기만 한 시로 기억되었으리라. 명자나무가 만들어내는 상품들은 모두, 허튼 것들을 금으로 만드는 솜씨로 빚었다. 그 연금술을 믿으니까, 나도 시간의 힘에 베팅을 한다. 그늘까지 붉어지는 꽃봄에.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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