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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선물·옵션하다 행불된 그 친구...어찌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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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한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정확히 표현하자면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들 뿐 아니라 그의 부모도 아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며 눈물을 짓고 있으니 행방불명인 셈이다.

그는 대기업 조그만 계열사 재무담당이었다. 호탕한 성격에 주식투자를 좋아했고 때로는 대박이 났다며 친구들을 모아 술을 샀다. 그 자리에선 매수와 매도의 절묘한 타이밍에 대해 일종의 영웅담이 넘쳐났고, 주식투자로 매번 손실을 보는 이들을 위해서는 훈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남 몰래 그 친구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갔던 모양이다.

누적 투자손실이 컸던지 회사 자금에 손을 댔고 결국 수 천 만원을 아버지가 물어줘야 했다. 그 후 발길이 닿은 곳이 선물옵션시장이다. 소위 '꾼'들 사이에서 주식투자의 막장으로 불리는 곳이지만 그는 다시 자신의 모든 재산을 쏟아 부었다.

손실을 거듭하던 이 친구는 급기야 회계부정을 통해 수십 억 원대의 회사 자금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 그는 잠적했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이름'만 남아있는 존재로 전락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어느 시대에서도 '투기'의 맥이 끊긴 적은 없었다. 17세기 네델란드 튜울립에서부터 최근 중국의 푸얼차(보이茶)까지 '묻지 마' 투자는 한탕주의 인성을 번번이 이용한다.

'투기'는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되는 것이란 말이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변치 않는 본질적 인성(人性)을 감안하더라도 투기와 투자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모호한 투자시장이 여전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한 예로 선물과 옵션은 현물시장과 동반돼 투자위험성을 줄이는 것이 기본 설립 취지다.

그런데 우리나라 개별주식옵션ㆍ선물, 주가지수옵션 등 주요 파생상품 거래량 합계는 세계 1위다. 그것도 전 세계 시장 거래량의 27%에 달하는 독보적 위치다. 반면 2011년 11월 말 현재 전 세계 51개 거래소 중 우리나라는 시가총액면에서 17위다. 비중은 2.13%에 불과하다.

도무지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는 '머리와 꼬리의 뒤바뀜'이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재정이 거덜나버려 걱정하는 황제에게 속삭인다.

"돈을 바닥에서 긁어모을 수는 없지만 지혜는 아주 깊이 묻혀 있는 재보도 파낼 수 있습니다. 이 종이 한장을 일천 크로네에 해당한다고 포고령을 내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주식투자로 바닥난 통장을 채워줄 신기한 종이 한 장이 바로 선물옵션이라고 지금 누군가 속삭이고 있다. 이 달콤함에 빠진 수많은 이들이 "난 투기가 아니라 투자를 하고 있다"며 자체 포고령을 내리고 있는 셈인 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앞장서 도박판을 방불케하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실행한다. 그렇다고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항상 승자 중심으로 기록되는데 개인의 투자역정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돈을 벌어들인 자 중심으로 서술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 최종수익률은 '임종직전'에 계산해 봐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도 맥주집에서 돈을 잃어 버린 이는 침묵하고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플러스 수익률로 술값이 지불된다.

이런 면에서 증권사의 도덕적 책무가 막중하다. 선물옵션계좌를 만들 때 충분한 상담을 해 줘야 하고 주의점과 위험성을 단순히 고지하는 차원을 넘어 이해시켜야 한다. 법적 강제가 없더라도 투자자들의 거래수수료로 먹고 사는 증권사들의 최소한의 양심이 작동돼야 한다는 말이다.

긍정의 힘이 위대하지만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할 때는 개인들의 경우 비관주의 입장(머피의 법칙)을 취해야 한다.

'한번쯤은 대박이 터지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버터 바른 토스트의 법칙'을 권한다. 버터바른 토스트를 떨어뜨리면 언제나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에 닿아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는 현상이다.

더 하나 추가하자면 '이건 너무 멋져서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건 십중팔구 사실이 아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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