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기를 해 봤자 5000원이나 만원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고객께도 "네"하고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스코어를 계산하며 돈을 주고받는 동안 이내 덜덜 떨기 시작했습니다. 고객 네 분의 파우치백 안에 가득 찬 수표와 현금을 봤기 때문입니다.
세컨드 샷을 한 공이 분명히 아웃오브바운즈(OB) 같은데 공 찾는다며 먼저 뛰어간 뒤에는 어김없이 "여기 공 살아있어"라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행동이 반복되자 의심이 시작됐습니다. 다른 분들보다 그분을 유심히 지켜보게 됐고, 뒤를 졸졸 쫓아다녔죠.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분들 몰래 백에서 공을 꺼내 후딱 주머니에 집어넣으시고는 앞으로 쏜살같이 뛰어 가시지 뭡니까.
그리고 분명히 코스를 알고 계신듯한데 처음 오셨다고 거짓말도 하시더라고요. 차라리 못 봤으면 속이라도 편할 걸, '이걸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확 말해버릴까? 아니야, 상관하지말자. 아니, 그래도 큰돈이 걸린 내기인데, 말해야겠지?' 고민만 하다가 18홀을 마쳤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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