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권한나의 캐디편지] "너무 느려서 숨 넘어 가요~"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1, 2, 3, 4, 5, 6, 7…' 속으로 세어봅니다.

그리고 고객님의 백스윙 시작과 동시에 "굿 샷~"이라고 크게 외쳤지만 제 입이 너무 민망합니다. 진짜 공을 치신 게 아니고 연습 스윙을 하셨기 때문이죠. 다시 어드레스를 잡으십니다. 저는 또 세어봅니다. '1, 2, 3, 4, 5, 6, 7, 8, 9, 10, 휴…'하고 긴 한숨이 나오고 그제서야 공을 치시는 고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드레스가 긴 고객님께는 좀 서둘러 달라는 부탁을 드리지 못합니다. 이미 오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어드레스 10초 가운데 단 1초만 빼도 이내 샷이 망가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18홀 내내 뛰어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제 행동이라도 빨라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다른 동반자 분들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모두들 저와 같은 마음이신지 다소 서두르는 행동으로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고객님께서 샷을 하실 때마다 옆에 서서 "굿, 굿, 굿~"만 여러 차례, 샷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연거푸 '굿'만 외치다 끝이 납니다. 근데 고객님께서 제게 말씀하십니다. "언니가 자꾸 빨리 가자고 하니까 스윙을 제대로 못하겠어."

"엥?" 저는 말도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었는데 빨리 가자고 그랬다니요. 고객님께서는 제가 옆에 바짝 붙어 고객님을 째려보는 눈빛을 느끼셨는지 제가 자꾸 서두른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셨습니다. 고객님의 점점 더 길어지는 어드레스에 숨이 넘어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차라리 고객님을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어 애써 외면하면 "내 공 좀 봐줘" 하시며 또 제 인내심을 테스트하십니다. 저는 참다 참다 용기를 내 말했습니다. "고객님, 다음에 오실 때는 베개랑 이불 좀 가져오세요." 그러자 고객님께서는 "왜?"라고 물어보십니다. "고객님 어드레스 하실 때 한숨 자려고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