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이정옥 '숨어우는 바람소리'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나는 차한잔을 마주하고 앉으면
그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 길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 우는 바람소리

■나보다 딱 열 살 더 많은 선배,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여인은, 이 노래를 아름답게 불렀다. 노래는 절대음감이 아니라, 음표에 끼어드는 불안한 감수성의 합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여인은 문득 이렇게 말했다. 노래를 폭 싸안지 않고, 노래에 끌려다니는 건 최악이라고...노래를 인상적으로 잘 부르는 그녀의 전략은, 느리게 돋아오르는 감정의 심지이다. 그 노래에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따뜻한 맛이 있었다. 깊은 감수성을 가둬 폭발시키는 내연기관차같은 지긋한 맛. 이 노래, 가만히 들어보라. 나긋나긋해 보이지만 마음을 끓여온 사랑의 시간 삼년쯤이 압축파일로 들어있지 않은가.



이상국 기자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엔비디아 테스트' 실패설에 즉각 대응한 삼성전자(종합) 기준금리 11연속 동결…이창용 "인하시점 불확실성 더 커져"(종합2보) 韓, AI 안전연구소 연내 출범…정부·민간·학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국내이슈

  • 비트코인 이어 이더리움도…美증권위, 현물 ETF 승인 '금리인하 지연' 시사한 FOMC 회의록…"일부는 인상 거론"(종합) "출근길에 수시로 주물럭…모르고 만졌다가 기침서 피 나와" 中 장난감 유해 물질 논란

    #해외이슈

  • [포토] 고개 숙이는 가수 김호중 [아경포토] 이용객 가장 많은 서울 지하철역은? [포토] '단오, 단 하나가 되다'

    #포토PICK

  • 기아 사장"'모두를 위한 전기차' 첫발 떼…전동화 전환, 그대로 간다" KG모빌리티, 전기·LPG 등 택시 모델 3종 출시 "앱으로 원격제어"…2025년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美 반대에도…‘글로벌 부유세’ 논의 급물살 [뉴스속 용어]서울 시내에 속속 설치되는 'DTM' [뉴스속 용어]"가짜뉴스 막아라"…'AI 워터마크'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