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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원더풀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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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원더풀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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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누가 라디오를 듣냐고 하겠지만, 라디오의 매력은 한도 끝도 없다. 디스크자키와 청취자들 사이의 쌍방향 공감과 반응은 총천연색 텔레비전에서는 도무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더욱이 영상 없이 음성만으로 진행되는 라디오의 속성은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구세대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사회적인 활동도 넷 상으로 옮겨간 지 오래인 2012년 현재,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 중인 라디오라는 매체는 좋았던 과거 아날로그 세상을 떠올리게 하는 20세기 대표 추억의 장치다.

영화 제목이 대놓고 ‘원더풀 라디오’(제작_(주)영화사아이비젼·(주)대명컬쳐테인먼트)다. ‘원더풀 라디오’는 과거 인기 걸그룹 ‘퍼플 Purple’의 리드 싱어였지만, 이제는 달랑 라디오 방송 하나의 진행자 자리에 만족해야 하는 ‘한 물’ 간 가수 신진아(이민정 분)의 기적 만들기다. ‘기적’이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는 청취율 바닥에 시시때때로 ‘버럭’하는 진아의 갖가지 돌발 행동으로 위기에 처한다. 폐지 수순으로 새로운 프로듀서 재혁(이정진 분)이 ‘원더풀 라디오’에 구원투수로 투입된다. 개와 고양이처럼 진아와 재혁은 부딪히지만, 진아가 제안한 청취자가 자신의 사연을 직접 노래로 부르는 새 코너가 대박을 터뜨리며 진아는 제 2의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진아의 과거 전사(前史)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와 ‘원더풀 라디오’는 큰 위기를 맞는다.
실제 공중파 라디오의 프로듀서가 각색 작업에 참여한 만큼 ‘원더풀 라디오’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방송 이면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펼쳐내며, 이승환, 컬투, 장항준, 김태원, 김종국 등 여러 셀러브리티들의 카메오 출연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기존 청순한 이미지를 놓고 ‘버럭’ 하는 다혈질 캐릭터 신진아로 돌변한 이민정의 캐릭터 궁합도 합격점 이상이며, 매니저 대근 역의 이광수와의 앙상블도 꽤 귀엽다.

아쉽게도 ‘원더풀 라디오’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사랑하기 좋은 날’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이 연출한 ‘원더풀 라디오’는 다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착한(naive)’ 영화를 지향한다. 단선적인 캐릭터와 내러티브는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그나마 존재하는 선악 대결 구도도 여름에 얼음 녹듯 스르르 풀려버린다. 가장 큰 문제는 ‘원더풀 라디오’가 라디오라는 매체를 잘 활용하지 못한채 그저 영화 배경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가 보이지 않는 라디오 영화. 아마도 속에 팥이 들어 있지 않은 붕어빵이 이런 맛일 것 같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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