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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복지부의 낭만적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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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보건복지부 청사에 앉아 있으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기 어렵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 복지부는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듣고 있자니 보건의료가 한미FTA의 최대 피해 분야란 '일반적 상식'은 최소한 과장됐거나 아예 모두 틀린 것 같다.
복지부는 FTA와 약값인상은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정부가 정한 약값을 제3자가 검토하도록 하는 새 절차도, 그냥 '참고'만 하는 것이므로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허가-특허연계'라는 오묘한 미국식 허가제도는 아주 드문 경우에만 영향을 준다.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붕괴 등도 FTA와 상관없는 사안이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렇듯 세간의 상식과 정부의 해석에 온도차가 심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분야 논쟁이 사실과 거짓의 충돌이라보다는 낙관과 비관이라는 견해차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한미FTA가 약값폭등을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약값에 대한 국민 부담이 지금보다 증가할 것임은 분명하다. 싼 약을 먹을 기회가 줄어들고 어떤 수입약은 관세철폐에도 불구, 지금 수준보다 후한 값을 쳐줘야 할 것이다.

시장에 나와야 할 모든 복제약은 일정 기간 늦게 출시되거나 아예 나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복지부는 특허가 만료되는 신약 중 단 몇 개에서 그런 일이 생길 것이라 관망하지만, 다국적제약사 특허담당자가 들으면 자존심 상할 일이다. 그들의 집요한 특허연장 전략은 모든 신약이 대상이다.

그들은 질 것이 뻔한 소송도 수차례 반복한다. 이런 사례는 미국에서 매우 흔하다. 소송비용 대비 시장성이 낮은 약은 복제약 회사가 아예 출시를 포기하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복제약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다. 자체 복제약 산업이 없는 나라의 국가 건강보험은 존속하기 어렵다.

이런 비용을 치러가며 우리가 얻게 될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식 '합리적' 보건의료제도가 정착되겠지만 그 합리성으로부터 이득을 볼 한국인이나 기업은 많지 않다.

허가-특허연계 제도만 국한해 볼 때, 제약업계 추산 피해액과 복지부 추산은 3∼5배 차이가 난다. 기업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앓는 소리 하는 것은 나름 이해가 간다. 반면 정부가 최선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다국적제약사의 '특허연장 수법'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늦가을 낭만에 젖어 있는 복지부가 구멍 숭숭 뚫린 약사법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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