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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퍼펙트 스톰과 월가 점령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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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현상과 글로벌시대의 경제현상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많다. 첫째, 두 가지 모두 복잡계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먼 곳에서 발생한 작은 사건이 일정 경로를 거치면서 엄청나게 큰 사건으로 증폭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복잡계 이론이다. 북경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지진을 일으키거나 아마존 벌목공의 도끼질이 태평양 허리케인으로 돌변하는 것처럼 멀게만 생각되는 그리스의 외채위기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큰 주름살을 던지고 있다.

둘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작은 우연이 여러 개 겹쳐서 대형 재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1991년 미국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 별로 위력이 크지 않았던 허리케인 그레이스가 대서양으로 북진하다 다른 두 개의 기상전선과 충돌하면서 대형 폭풍 '퍼펙트 스톰'이 형성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현상도 마찬가지다. 개별적으로 보면 별로 커보이지 않는 사건이 우연히 발생한 다른 경제현상들과 동시에 겹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대형 경제적 재앙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경고했던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6월 "경제적 취약요소들이 한꺼번에 곪아 터져 세계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재정위기, 유로존의 재정ㆍ금융위기,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설비 과잉,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태 등 하나하나로 보면 별 문제 없이 넘길 수도 있는 사건들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바람에 글로벌 경제의 퍼펙트 스톰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최근 "글로벌 경제가 데인저 존(danger zoneㆍ위험지대)에 진입했다"고 표현했다.

데인저 존이 퍼펙트 스톰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최근 그 말을 사용했던 루비니 교수조차도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월가 점령 행진'이다. 높아진 실업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회 전체에 잠복해 있다가 특정한 계기에 터져나온 것이 월가 점령 행진인데 각 나라가 적정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전혀 예기치 못한 폭발적 변수로 돌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지대에 있다고 하지만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미 절대빈곤계층이 전체 가구의 14%에 달하고, 바로 윗 수준인 차상위계층의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높아진 청년실업률과 '88만원 비정규직 세대'의 불안, 조기 정년으로 갈 곳 없는 은퇴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글로벌 경제위기로 증폭되면 단번에 큰 폭풍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현재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발생한 각각의 위기들에 대해 각 나라 정부가 필사적으로 진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만약 진화에 실패한다면 글로벌 경제통로를 통해 위기가 서로 겹치는 2013년쯤 글로벌 경제 위기가 피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태풍의 경로를 피할 수 있도록 조기에 위기대응 거시경제 운영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제조와 서비스, 수출과 내수, 물가와 금융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하고 손볼 곳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 특히 희망 없는 88만원 비정규직 세대, 갈 곳이 없는 은퇴세대의 불만이 사회적 변화 요구로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도록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적극적인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상위계층이 추가로 절대빈곤층으로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에 대한 자활대책도 세워야 한다.

한번 휩쓸리면 누구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퍼펙트 스톰의 무서운 점이다. 기상 예고를 듣자마자 미리미리 대비를 해서 태풍의 경로를 최대한 피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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