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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호 회장, 마트에서 박카스를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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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차 창문을 바라보던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사진)의 눈에 한 대형마트가 들어왔다. 느닷없이 차를 돌리라 지시했다. 강 회장은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경북 상주시 근방의 대형마트 1층에 들어섰다. 음료수 판매대를 둘러보던 강 회장은 한켠에 진열된 박카스를 발견했다.

국토대장정 행사에 참여한 후 서울로 올라오던 7월 9일 일이다. 복지부가 박카스의 의약외품 전환을 결정하고 기자들은 "언제부터 팔 것이냐, 왜 머뭇거리느냐"는 질문을 쏟아부을 때이기도 하다.
마트에서 강 회장은 "저기 박카스가 있네"라는 짧은 반응만을 보였다 한다. 하지만 수행한 임원들은 강 회장의 뜻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고위 경영진은 "강 회장이 반가운 마음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데, 슈퍼판매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강 회장이 박카스 슈퍼판매를 전격 결정할 것이라 보는 건 성급하다. 복수의 동아제약 관계자들에 따르면 회사 측은 박카스 슈퍼판매와 관련해 공식적인 결정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북 상주의 마트처럼 슈퍼판매가 불법일 때도 일부 소매점에선 '알아서' 박카스를 구해 팔아왔다. 자연스레 매출은 늘 터인데 괜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동아제약이 이토록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를 두고 분석이 많다. 대표적인 것은 약사들의 '공적'이 될까하는 우려다. 또 '약국에서만 판다'는 차별성이 사라져 제품 생명이 짧아질 것이란 걱정도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약사'임에 분명해 보인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 달리 강 회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1992년 악몽의 재현이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출신인 강 회장은 1992년 대한의사협회 행사에 참가해 인사말을 하다 '실수'를 한 일이 있다. 의사들을 치켜세우려던 것이 본의 아니게 약사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이어졌다.

약사들은 분노했다. 당시 박카스 판매액은 동아제약 매출의 50%를 넘었다(현재는 14% 수준). 불매운동으로 번졌고 이듬해 박카스 매출은 반토막 났다. 동아제약은 1993년부터 2년간 가까스로 적자를 면할 정도로 흔들렸고 강 회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최근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를 놓고 약사사회가 들끓자 강 회장은 당시 기억이 떠올리며 고민에 빠진 것이라고 회사 중역은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1일자로 박카스 외 48개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최종 고시했다. 1961년 탄생해 1963년 지금의 드링크 형태로 바뀐 박카스는 출시 50년만에 굴레이자 차별점이기도 한 '의약품'이란 딱지를 뗐다.

이에 대해 21일 동아제약 홍보실은 "천안 공장의 박카스 최대 생산량이 연간 3억 6000만 병이며, 현재 판매량은 3억 5000만 병이다. 현실적으로 약국 이외 유통채널에 박카스를 공급할 여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약국에서만 판다는 장점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새로운 '하드웨어적' 명분은 강신호 회장이 직접 고안해 내부회의에 공지한 것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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