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랑' 현명한 피임약 사용법
- 호르몬 최고 20배…구토 등 부작용
- '최후의 선택'일뿐 사전예방이 최선
- 사전피임약 21일간 1알씩 매일 복용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혜정 기자]장맛비가 그치고 나면 찜통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시작된다. 각종 휴가용품 시장이 특수를 맞는데, 다소 의외의 제품도 끼어있다.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이다. 피임연구회에 따르면 7~8월 응급피임약 처방건수는 평소보다 10% 정도 증가한다. 2008년 서울시내 30개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7~8월에 연간 처방량의 절반이 집중됐다.
항체호르몬의 일종인 레보놀게스트렐(1.5mg) 한 알을 성관계 후 72시간 내 복용해야 한다. 성관계 이후 빨리 먹을수록 효과가 좋다. 전반적인 피임 성공률은 85%인데 24시간 이내 복용하면 95%, 48시간 이내 85%, 72시간 이내 67% 식으로 감소한다. 한꺼번에 많은 호르몬을 복용함으로써 배란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식으로 작용한다. 호르몬 양은 일반 피임약의 10~20배에 이른다.
때문에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일 때만 써야 한다. 호르몬 과다 노출에 따른 부작용은 구토나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복통, 이상 출혈 등에서부터 생리불순까지 다양하다. 이임순 순천향의대 산부인과 교수(순천향대병원)는 "최후의 선택이지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기간 피임을 원한다면 질내 삽입형, 자궁내 장치, 피하이식 등 방법을 택하는 것이 적당하다. 출산 경험이 있거나 터울 조절을 원하는 경우, 출산 계획이 아예 없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장치 등을 제거하면 다시 임신할 수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 후 결정한다.
하지만 휴가 등 특별한 날에의 성관계가 예상될 때는 한시적으로 대비하는 방법을 택한다. 사전피임약이 대표적이다.
사전피임약은 21알씩 포장돼 있으며 생리가 시작하는 날부터 21일간 매일 먹고 7일을 쉬는 식이다. 그 동안 피임효과가 유지된다. 28일 한 사이클이 끝나고 피임효과를 유지하려면 다시 21알을 먹고 아니면 복용을 중지한다. 약을 중단하면 수일 내 생리가 다시 시작된다.
사전피임약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약으로 배란과 생리를 조절해 피임할 수 있게 한다. 응급피임약과 달리 약국에서 약사와의 상담 후 바로 구입할 수 있다.
이임순 교수는 "복용법만 잘 지키면 불임시술을 제외한 피임법 중 가장 효과적이며 안전한 약"이라며 "사용이 간편하고 성생활을 방해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간염, 정맥혈전증이 있다면 다른 피임법을 찾아야 한다. 또 사전피임약을 몇 년씩 장기간 먹게 되면 배란억제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 통상 5∼6개월 정도 먹고 몸 상태를 확인한 후 다시 먹는 식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선 복용 첫 달에 출혈이나 울렁거림, 두통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먹는 피임약이 체내에서 임신상황과 비슷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임신 초기 증상과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한 종류의 피임약을 3개월 동안 복용해도 부작용이 계속되면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다른 종류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갑자기 정해진 '그 날' 어떻게 할까=문제는 성관계 시기를 예측하지 못해 사전피임약 복용 시기를 놓쳤을 경우다.
사전피임약은 생리가 시작된 첫 날부터 늦어도 5일 이내 시작해야 하는데, 이때부터 이미 배란을 위한 환경이 조성된다. 때문에 이 시기가 지났다면 사전피임약을 먹어도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며칠 후 혹은 오늘 밤'과 같이 갑작스레 성관계가 예상된다면 콘돔 사용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도움말 :이임순 순천향의대 산부인과 교수, 정호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장
신범수 기자 answer@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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