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약은 10~15년간 10조원 이상 개발비를 투입해야 성공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큰 비인기 종목이다. 하지만 통상 글로벌 신약 1개가 매년 1조원의 매출과 3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제약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밖으로 눈을 돌려 보면 가능성은 여전히 넘쳐 난다. 전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특허만료나 신약개발 효율성 저하로 외부에서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수 신약 파이프라인의 제공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초기 임상단계까지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한미약품만 하더라도 표적 항암제(Pan-Her Inhibitor)와 경구용 항암제(오락솔 및 오라테칸) 등 항암신약 4건과 약효 지속시간을 월 1회로 획기적으로 늘린 지속형 당뇨병치료제(LAPS-Exendin) 등 바이오신약 5건을 포함해 총 9개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을 국내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각각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협력방안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개량신약인 고혈압복합제(아모잘탄)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국산 의약품 해외진출의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다국적제약회사인 미국 머크사를 통해 전 세계 30개국에 아모잘탄을 수출한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신약개발 지원 정책이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 제약업계는 1990년대 G-7 프로젝트를 통해 신약개발 방법론을 단기간에 습득했으며, 21세기 프런티어 사업으로 신약개발 인프라를 튼튼히 할 수 있었다.
또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신약개발 연구과제도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연구사업을 통해 집중화됨으로써 더 큰 효용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직접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확대 등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인할 정책이 적극 시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신약개발 지원 정책의 방향성도 재검토돼야 한다. 제약과 바이오를 별개의 산업으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제약산업을 근간으로 바이오를 발전시켜 나가는 통합적 정책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이제 국내 제약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뿐이다. 산학연 간 긴밀한 협력과 정부의 올바른 정책방향 설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한민국도 스위스와 같은 제약강국의 길을 걸어야 하며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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