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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中企대출' 늘리긴 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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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우대관행 폐지·가계대출 억제에 눈 돌리니 리스크 부담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은 '머리 아픈' 중소기업대출을 줄이고 손쉬운 주택담보 및 대기업대출을 크게 늘렸다. 올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중소기업대출을 다소 늘리긴 했지만 대기업대출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계대출에서도 별다른 고민이 필요없는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늘리고 신용대출은 줄였다.

그러나 앞으로 은행들은 이처럼 속 편하게 영업하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대기업 여신 우대 관행 폐지와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대출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대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취급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대출 증가율, 中企의 3배=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300조279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3%(9조6952억원)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10.0%(5조2689억원) 늘어 58조1243억원을 기록했다.

5개 은행 모두 중소기업대출보다 대기업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우리·하나은행은 중소기업대출보다 대기업대출 증가액이 더 많았다. 상반기 은행들이 부실여신을 대거 정리한 것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대출의 부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거나 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08년말 235조1728억원에서 지난해 말 232조4022억원으로 1.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50조6621억원에서 56조1453억원으로 10.8%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한해 동안에만 8조2111억원(3.4%)이 급감하기도 했다. 반대로 대기업대출은 지난해 10조8261억원(23.9%)이나 급증했다.
은행들이 손쉬운 영업에 열을 올렸음을 보여준다. 특히 올 들어 대기업 계열 건설사인 진흥기업·LIG건설 등이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대기업들의 '꼬리 자르기' 행태를 막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대기업대출을 옥죄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제 대출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오히려 은행들은 올 들어 대기업에는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중소기업 및 가계에는 금리를 높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올 1월 5.43%에서 5월 5.35%로 내려갔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평균금리는 5.81%에서 6.03%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5.30%에서 5.49%로 모두 올랐다.

◇대기업 우대 관행 폐지= 그동안 은행들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여신을 취급할 때 그룹의 신용등급에 맞춰 우대해줬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사를 꼼꼼히 하지 않거나 여신 한도를 올려준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 같은 대기업 우대 관행을 막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은행 및 신용평가사들과 함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마련한 기업여신관리 개선 방안을 지난 6일 내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들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신용평가 시 대기업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점을 줄 수 없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여신 한도를 올려주는 것도 금지된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확약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여신 한도 조정이 가능하다.

얼마나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 이번 관행 개선이 자율협약 형식인 데다 깐깐하게 적용했다가 자칫 우량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늘고 신용대출 줄고= 올 상반기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5조8461억원으로 3.8%(7조6069억원) 증가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은 2.1%(1조3370억원) 줄어 62조8033억원을 나타냈다. 가계대출에서도 취급이 용이한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고 신용대출은 회수한 것이다.

전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8년말 193조2730억원에서 지난해 말 225조848억원으로 16.5%(31조8118억원)나 급증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앞으로 주택담보대출도 맘대로 늘리지 못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과당경쟁 자제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도 내놨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향후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의무적용 대상이 아닌 지방에서도 채무자의 소득증빙자료 확인 등 상환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DTI 규제가 전국으로 확대된 셈이다.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도 2016년까지 3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은행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올 4월말 현재 1.2%에 불과하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 역시 지난해 말 기준 7%에 머물렀다. 비중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은행들이 이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쓴다고 해도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선택하지 않으면 딱히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현행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늘리는 '당근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고객을 유인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소득공제를 받으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집값이 오르면 5년 내 집을 팔고 다른 데로 간다"며 "거치식이니 비거치식이니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고정금리대출에 대해서도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낮으니 고객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은행에서 장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고정금리로 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중에 30% 정도는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니라 자영업자 등이 집을 담보로 잡고 사업상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대출 옥죄기 등으로 자금순환이 어려워지면 오히려 부실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中企대출 리스크관리 관건= 이처럼 대기업 우대 관행이 사라지고 주택담보대출 취급도 소극적이 되면 은행들이 그나마 매달릴 곳은 중소기업대출뿐이다. 대기업의 경우 대출 수요가 많지도 않다. 때문에 대형 시중은행들은 최근 중소기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대출 확대 및 금리 우대 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증한 부실여신에 덴 경험이 있는 은행들이 얼마나 중소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우량 업체에만 대출 공급이 몰리면서 오히려 과당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 상한을 현행 100%에서 9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도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용이나 담보만으로 따지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데다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많지 않아 결국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갑자기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면 리스크가 커지니 내부적으로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올 3분기에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옥죌 방침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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