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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곤 국방기술품질원 원장

[최창곤 국방기술품질원 원장]필자가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입사해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던 1970년대 말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은 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기반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 당시 무기개발은 주로 ADD가 미군의 군용차량, 곡사포 등 기본병기를 모방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역설계하면 방산업체가 이를 생산, 납품하는 방식으로 군사장비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러한 방위산업을 오늘의 수준까지 성장?발전시킨 정책의 핵심은 ‘보호?육성’과 ‘특혜인정’이었다. 당시 정부는 한정된 자원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계열화 및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특정 장비와 부품별로 개발 및 생산업체를 지정해 방위산업의 참여 권한을 특정업체에 배분하는 제도다. 또한 자주국방의 기치아래 경제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국내개발을 추진했다. 안보물자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계약도 실제 투입가격을 보상하는 수의계약 방식을 적용했다. 무기체계 개발?양산 참여, 생산원가 결정 등 방위산업에 관한 전반을 정부가 결정하고 지원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K200장갑차, K1전차, 한국형 초계함 및 KT1 기본훈련기 등 기본 무기체계 뿐 아니라 K9 자주포, 한국형 이지스함, T50 고등훈련기 등 첨단복합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를 통해 우리군의 장비 현대화에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다.

그러나 오늘날 방위산업의 내외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내부적으로는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업체의 가동률이 평균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일반산업체 가동률 평균치가 80%정도임을 고려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개발제품의 품질하자와 원가부정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동안 방산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잃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 뿐 아니라 제품의 가격도 획득예산 절감차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해외 방산기업들이 글로벌화, 대형화되면서 우리 기업과 기술격차가 벌어지고 수출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내우외환의 안타까운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주도형 보호?육성 정책’은 방위산업 유치기를 지나면서 우리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현재는 더 높은 수준의 선진 방위산업으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환경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만큼 방위산업에 대한 정책의 틀도 현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방산물자?업체 지정제도는 독과점적 공급 분할구조를 형성해 해당 방산업체의 기술경영혁신 유인을 약화시키고 경쟁력 있는 민간업체의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이같은 구조가 계속된다면 방위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방산원가제도 또한 투입된 총비용에 일정비율의 이윤을 더하여 주는 코스트베이스(cost base) 체제로 생산비용이 커질수록 이윤이 올라가고 원가를 절감할수록 이윤이 줄어들게 된다. 기업의 자발적 원가절감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주도의 규제 및 독과점 환경 속에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식으로는 방위산업 현안인 가동률향상, 수출증대, 기술력향상 등 경영여건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기 어렵다. 또한 국내개발 장비의 하자와 방산원가 부정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이제 방산분야도 새로운 제도와 정책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든다. 기존 ‘정부주도형 보호?육성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분야 산업정책과 같이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방위산업 선진화의 길이라 생각된다. 방위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쉽지 않은 길이지만 꼭 가야할 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에 정확하고도 일관성 있는 정보를 공개하고 지금의 시장 규제적 요소를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 방산기업도 방산제품의 성능과 품질 향상을 위해 좀 더 개방적인 자세로 정책전환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시장도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주도형 보호?육성’의 정책방향을 시장규율의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방위산업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을 때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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