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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대한통운 인수전, 진짜 스파이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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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중국의 고대 병법서 36계(三十六計) 중 33번째에는 반간계라는 계책이 등장한다. 적의 스파이를 이용, 거짓정보를 흘려 도리어 상대 진영을 혼란에 빠뜨리는 그야 말로 손 안대고 코푸는 기가 막힌 계책.

반간계가 가장 멋지게 묘사된 곳은 삼국지의 적벽대전편이다. 조조는 채중과 채화라는 두 장수를 오나라에 거짓 항복시켜 첩자로 보내지만, 이를 한눈에 간파한 주유는 이들을 속여 오히려 자신의 장수 황충을 조조진영에 거짓 항복 시킨다.
조조를 한껏 속여 먹은 황충은 결국 적벽대전의 최선봉에 서서 조조의 백만 대군을 부수는데 크게 일조 한다.

CJ CJ대한통운 인수 스토리에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하면 삼국지에 비견될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삼성증권 스파이설이다. CJ는 이번 인수전과 관련해 삼성증권 에게 자문을 받아 왔다.
그런데 포스코와 동맹을 맺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삼성SDS는 삼성증권과 한집안 식구. CJ로써는 지금까지 '적군' 에게 자신들의 작전계획을 맡겼던 셈이다.

삼성SDS나 삼성그룹, 삼성증권은 모두 관계없는 억측이라고 했지만 호사가들이 보기에는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POSCO홀딩스 -삼성SDS 진영의 계략에 CJ가 톡톡히 농락당한 것으로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CJ의 승리. 사람들은 이재현 회장의 과감한 배팅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삼성증권이 만약 이번 인수전에서 진짜로 '스파이' 노릇을 했다면 대한통운에 대한 CJ의 갈망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고, 막판에 '분노의 배팅'을 할 것이란 정도는 예측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삼성 같은 곳에서 계열사 삼성SDS가 독자적으로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까? 삼성처럼 여론에 민감한 회사가 이번 일이 집안 간 대립으로 비춰지게 될 것이란 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반면 포스코는 어떨까? 오너십이 없는 포스코는 인수전에서 몇 억 더 얹는 것도 힘든 구조다. 동맹을 맺었던 삼성SDS라면 포스코가 최대한 써낼 수 있는 가격이 얼마 정도라는 건 충분히 예측 했을 것이다.

이재현 CJ회장과 삼성SDS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사촌 사이다. 게다가 삼성이 대한통운을 탐낼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데다 실패 하더라도 손해는 없다. 만약 이번 인수전에서 삼성증권에게 스파이 혐의를 둔다면, 삼성SDS도 못지않게 (스파이)자격이 충분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번 일의 결과를 놓고 보면 CJ는 원래대로 대한통운을 가질 수 있게 됐고, 삼성그룹은 집안싸움 한다는 오명을 벗었으며 포스코는 M&A 실패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삼성증권과 삼성SDS,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어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뒤바꾼 이 두 회사 중에 과연 진짜 스파이가 있을까?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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