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삼성의 신중함을 과장해 표현한 얘기지만 실제로 삼성은 신사업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따져보고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 기본이다. 삼성증권도 예외는 아니다. 결코 무리한 외형 확대는 하지 않는다. 1등을 할 수 없으면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매물로 나온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적극 검토했지만, 글로벌 IB(투자은행)를 제대로 운용할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과감하게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장 첫날 완리가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실권주 88만여주를 인수한 삼성증권이 7억 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기록해 출발이 순탄치는 않다. 하지만 삼성증권 고위 관계자는 "관리감독수준을 높이기 위해 중국기업 최초로 한국인이 포함된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였다"며 일시적인 주가 하락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중국기업의 불투명한 경영상황을 미연에 막고 철저한 내부검증시스템을 유지한 만큼 조만간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란 확신도 갖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여전히 요원한 글로벌 IB로의 성장도 삼성증권은 한 발 앞서 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글로벌 IB출신을 채용해 홍콩법인을 맡기고 현지 인력을 꾸준히 확충해 130명이 넘어선 것이 단적인 예다. 대우, 미래에셋, 우리투자 등 홍콩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하반기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5억 달러 내외에 달하는 기업공개(IPO) 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오는 2015년에는 1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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