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된 '2011년 퓰리처상' 수상자 명단에는 눈여겨봐야 할 언론사가 하나 포함돼 있다. 프로퍼블리카다. 국내 언론들은 한국인으로서 네 번째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카고 선타임즈의 사진기자 존김(한국명 김주호)에 대해서는 크게 보도했지만 프로퍼블리카는 주목하지 않았다.
프로퍼블리카는 과연 어떤 회사인가.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는 신문산업의 입장에서는 이 회사의 운영방식과 보도행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매체다. 설립부터가 금융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허버트 샌들러가 매년 1천만달러씩 3년간 지원키로 한 것에서 시작됐다. 플로리다에 있는 나이트재단도 이 회사에 지원을 약속했다. 프로퍼블리카의 사장이자 편집인인 폴 스테이거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발행부수도, 광고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5년 동안 편집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0년 프로퍼블리카에 첫 퓰리처상을 안겨준 기사는 무려 2년 반에 걸친 취재 끝에 출고됐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던 지난 2005년 당시 그 지역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을 안락사시킨 사실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했다. 올해 수상작인 '월스트리트 머니 머신'은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거품을 어떻게 조장했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지를 일리노이주의 헤지펀드 회사인 '매그네터'사의 사례를 통해 심층취재했다.
프로퍼블리카에는 사장을 포함해 총 34명의 기자들이 있다. 대부분 퓰리처상 수상 등 경험이 풍부한 전문기자들이다.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스티븐 엥겔버그는 뉴욕타임스에서 18년을 근무한 탐사보도 베테랑이다. 이 밖에도 선임에디터, 선임기자, 일반기자, 사진 및 동영상기자, 조사담당기자 등을 두고 있다.
작성된 기사는 홈페이지에 게재해두고 사진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무료로 퍼갈 수 있게 한다. 기사 기획단계에서부터 워싱턴포스트 등 기존 언론과 함께 협력해 기사를 쓰기도 한다.
한국의 언론상황이라고 미국과 다르지 않다. 경영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집단지성 활용모델이나 소셜미디어와의 생산적 관계정립 등은 아득히 먼 과제로 남아 있다. 프로퍼블리카 같은 모델을 국내에서도 심도있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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