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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타가 예능을 평정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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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스타가 예능을 평정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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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종종 등장한다. 독설의 대명사였던 ‘마왕’ 신해철은 MBC 에브리원 <부엉이 2>에 등장해 단란한 가정을 공개하고, 한국 헤비메탈의 거목 백두산의 리더 유현상과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Mnet <디렉터스 컷 시즌 2>에서 유키스의 ‘만만하니’ 간주에 신들린 기타 속주를 제공한다. “서태지와 라이브로 대결하고 싶다”며 라이브 무대를 고집하던 로커 박완규는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나와 “아들과 놀아주려 스타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보다가 아이유의 팬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한동안 음악 프로그램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록 스타들이 갑자기 예능계에 대거 진출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의 대세가 ‘리얼’이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 3년 사이 DJ DOC, 리쌍, 슈프림팀 등 힙합 뮤지션들이 예능에서 특유의 거친 캐릭터와 센 토크로 주목받았다면 최근 예능의 ‘새로운 피’는 록 스타들이다. 흔히 ‘록 스피릿’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장르 자체의 강렬한 아우라와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태도가 이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라디오스타’의 박정규 PD가 박완규에 대해 “녹화 분위기에 적응할 생각을 안 하더라”는 후문을 전한 것은 언뜻 부정적인 코멘트 같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이어지는 설명은 전혀 다른 의미를 담는다. ‘방송’의 흐름에 맞춰 내용이나 수위를 조율하는 보통의 연예인들과 달리, 자신의 음악관을 진지하게 설파하는 박완규가 의외의 재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즉 편집과 자막, CG 등의 사후적인 보완 장치만 보장된다면, 박완규 같은 게스트는 오히려 더 다양한 관점을 쇼에 담아낼 수 있는 이상적인 게스트인 셈이다.

‘리얼’에서 더욱 돋보이는 록 스타


김태원, 박완규와 같이 자신의 음악세계가 확고한 록 스타들은 의외의 면을 보여주며 예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김태원, 박완규와 같이 자신의 음악세계가 확고한 록 스타들은 의외의 면을 보여주며 예능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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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경우가 자칫 ‘방송 부적응’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수 년 전만 해도 UFO를 본 사연을 진지하게 늘어놓던 김태원이나, 아무리 더워도 가죽 재킷을 벗지 않는 유현상의 지배적인 이미지는 ‘음악에만 몰두한 기인’이었다. 그러나 김태원이 KBS <해피 선데이> ‘남자의 자격’을 통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수룩한 캐릭터로 예능에 안착한 후, “위대한 록 스타가 아닌 자연인 김태원의 매력을 담는다”는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의 접근 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이 록 스타를 소비하는 모범답안이 되었다. MBC <놀러와>는 부활과 백두산을 게스트로 불러 한국에서 로커로 먹고 산다는 것의 애환을 물었고, <디렉터스 컷 시즌 2>는 여행길에 유현상을 초대해 함께 기타를 튕기며 인생에 대해 물었다. 길이나 이하늘을 비롯한 힙합 뮤지션들이 과거 클럽에서 놀았던 이야기와 가난했던 언더 시절의 웃지 못할 해프닝 등을 털어 놓으며 어두운 캐릭터를 벗고 ‘잘 노는 동네 총각’의 모습으로 예능에 안착한 것처럼 허약한 체력, 기러기 아빠, 생계형 예능인과 같은 평범하고 허술한 모습들을 솔직하게 드러낸 록 스타들 역시 ‘기인’이나 ‘전설’의 프레임을 넘어 ‘은근히 재밌는 아저씨’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tvN <오페라스타 2011> 제작진이 “록 스타들의 틀에 갇히지 않은 정직함을 담아낼 수 있다면 우리 리얼리티 쇼는 성공한 것”이라는 기획의도 하에 섭외한 신해철은 성공적인 첫 무대를 선보인 직후 아이처럼 으쓱거리며 객석의 아내에게 달려가 입을 맞췄다. <비틀즈 코드>의 안소연 PD는 첫회 게스트였던 유현상에 대해 “본인은 진심으로 위엄을 갖추고 있는데 젊은 시청자들은 그 맥락을 모르기 때문에 더 재밌는 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본인도 그에 대해 불쾌해하기보다는 젊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게 된 것을 반긴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래로, 무대로 모든 것을 말해 온 록 스타들은 지금 예능이라는 새 무대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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