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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무덤, 현실과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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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폭발사고가 발생한 옛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1986년 4월 폭발사고가 발생한 옛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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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위기가 계속되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원전을 시멘트로 덮어 아예 '거대한 무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는 단기적으로 볼 때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간 뉴욕 타임스는 원전 안전 해법 제공업체인 '프로젝트 엔핸스먼트 코퍼레이션'(PEC)의 척 네진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후쿠시마 원전의 무덤화'가 당장의 해법은 아니다"라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부에서 원자로 해체를 담당해온 네진 부사장은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전과정이야말로 엄청난 위험이 따르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위기와 관련해 발등에 떨어진 불이 일단 꺼진 지금 네진 부사장은 "원전을 안정화시킨 뒤 상황을 파악하는 데만 1~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태를 들었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콘크리트로 원자로를 매장했던 것은 아니다. 두꺼운 콘크리트 속에 고농축 방사능 원자로 노심을 매장하는 작업은 같은 해 12월 시작됐다. 여기에 광부 수백명이 동원돼 파괴된 원자로 밑을 파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이 영웅적인 작업으로 콘크리트 무덤을 만들었지만 방사능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만들어진 콘크리트 무덤은 수년 동안 붕괴 위험에 처해 1990년대 초반 이래 새로운 구조물로 대체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돼 왔다. 여기에는 적어도 14억 달러(약 1조5800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세 원자로와 두 곳의 폐연료봉 저장소가 심각하게 훼손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콘크리트로 무덤을 만드는 데 체르노빌 원전의 7개월 작업보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東京電力)이 원자로와 폐연료봉 저장소의 핵연료봉을 냉각시킬 수 있다면 원전을 무덤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게 네진 부사장의 지적이다. 이럴 경우 차라리 핵연료를 제거하고 방사능에 오염된 설비를 해체한 뒤 다른 곳에 장기 보관하는 게 낫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을 완전 제거하고 방사능 유출을 영구히 차단하는 데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의 경우 핵연료봉을 제거하는 데 10억 달러의 비용와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더욱이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제2원자로가 영구 폐쇄돼야 원전 해체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능 차단이나 제거 작업에서 맞닥뜨릴 수 없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로봇이 동원되든지, 아니면 전문 기술자들이 짧은 시간 간격으로 돌아가며 작업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후 방사능 제거 작업에 참여한 바 있는 네진 부사장은 "후쿠시마 원전의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후쿠시마 원전에는 처리해야 할 물과 가스가 많다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사망자는 30명이 넘었다. 그 가운데 2명은 폭발과 화재로, 29명은 방사능 노출로 목숨을 잃었다. 200여 명 이상은 심각한 방사능병에 걸렸다. 8t 정도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투하했던 원자폭탄의 위력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은 바람을 타고 벨로루시ㆍ우크라이나 등지로 퍼져나갔다. 서쪽으로는 프랑스ㆍ이탈리아까지 흩어졌다.

체르노빌 공장 주변 반경 32㎞ 안에 있는 토양과 지하수원은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됐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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