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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 매일 아침 '장관실 순례'.. 그 신념·열정에 국가도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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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11>동양그룹 이양구 회장②

1958년 민간社 최초 美 유상원조
경제성장 미래를 읽은 혜안 적중
71년 채권정지 위기 신뢰로 돌파
[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지난 1957년, '설탕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설탕과 제과를 통해 큰 부를 쌓은 서남 이양구 회장은 동업자들이 손을 뗀 삼척시멘트를 사업보국의 신념에 따라 단독인수했다. 인수 직후 서남은 회사명을 '동양세멘트공업주식회사'로 개칭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동양시멘트는 나의 운명=한국전쟁 휴전을 계기로 전후 재건사업은 활발해졌으나 국내 시멘트공장은 삼척세멘트 하나뿐이었다. 그나마 제대로 가동조차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당시 사회 경제적 여건으로는 시멘트공업과 같은 국가기간 산업을 정책적 지원 없이 민간 자본만으로 꾸려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삼척세멘트공장은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아니었던 셈.

서남이 삼척세멘트공장을 인수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시멘트공업의 국가경제적 의의와 삼척세멘트공장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었다. 서남은 그의 기업가적 예측력으로 시멘트공업이 앞으로 한국 근대화에 큰 축이 될 것이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가기간산업임을 확신했다. 당시 막대하게 수입되던 시멘트가 이를 증명했다.
그는 공장 인근에 다량 매장돼 있는 석회석과 무연탄, 해사(海沙)와 점토, 삼척 인근의 철광석, 삼척화력발전소의 동력을 이용하면 시멘트의 대량생산과 비용절감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아울러 철도수송 사정이 매우 불리했던 당시 여건에서 삼척공장은 바다를 낀 유일한 시멘트공장이었기 때문에 해송을 활성화시킨다면 전국 어느 곳이라도 신속하게 시멘트를 수송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서남은 동양세멘트 인수 후 국내 시멘트 수요가 계속 증가하자 노후시설 교체 및 설비증설에 나섰다. 그즈음 서남의 주요 일과는 새벽에 일어나 상공부, 재무부, 부흥부 장관실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었다. 장관들이 출근도 하기 전에 장관실 문 앞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마침내 1958년 동양세멘트는 우리나라 민간기업 최초로 DLF차관(미국의 유상원조)을 받았다.


사실 낙후된 공장시설과 형편없는 인력 등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차관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부흥부 장관이었던 송인상씨는 서남 추모집 '서남 보다 큰 사람'에서 그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여러 곳에서 DLF차관을 신청해 나를 비롯한 한국 관리와 미국측 조정관이 현지 시찰을 갔는데, 삼척공장 시설이 눈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동양세멘트에게 DLF 차관이 돌아갔느냐?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서남의 확고한 신념과 열정이 정부 측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의 용기와 신념이 매우 진실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지요."

동양세멘트는 곧 증설로 들어가 첫 단계로 연산 20만t, 후일 독일차관으로 40만t을 증설했다.

◆위기를 기회로=서남은 잇따라 계열 기업을 창업하면서 1970년대 초까지 시멘트와 제과를 중심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71년 그룹 전체가 휘청댈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 기존 업체의 신규 증설과 신규 업체의 대거 참여로 시멘트가 남아돌고 정부의 금융긴축 정책 실시로 그는 그 해 9월 30억원의 사채와 27억원의 은행대출에 대한 채권정지신청을 법원에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채권자들과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같은 해 12월 법원의 보전 신청을 자진 취하, 사태는 매듭지어졌다.

서남은 곧바로 4차 증설공사를 단행했다. '뒷수습도 덜 된 마당에 무슨 증설이냐'는 임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그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심은 옳은 것으로 판명됐고 이후 경제개발 정책과 맞물려 사회직간접자본과 주택 건설로 시멘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업은 순항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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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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